삶의 얘기

물과의 전쟁

말까시 2018. 5. 29. 10:51

◇ 화장실 물과의 전쟁

 

새집에 이사 온 이후로 화장실 물과의 전쟁에서 패하는 바람에 곰팡이가 출현하곤 한다. 강력 세정제로 지우고 또 지워도 어느샌가 자라는 곰팡이의 생명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분홍색 곰팡이도 보인다. 가장 골치 아픈 것이 검은색 곰팡이다. 지저분할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보기 흉하다. 이놈을 퇴치하기 위해선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곰팡이 안 보여. 샤워를 했으면 물기를 닦고 나와야지, 그냥 나오면 어떻게 해” 아내의 잔소리다. 맞는 말이다. 샤워 부스에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선 수건 하나를 통째로 버려야 한다. 그것을 말리기 위해서 이틀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비효율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환풍기를 돌려야지, 수분이 날라 가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것일 뿐, 바닥, 벽에 붙어 있는 물방울을 제거 할 순 없다.

“아이고 지겨워. 빨래도 마르지 않고, 화장실 청소에 샤워 부스까지 닦아 내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렇게 몸치장만 하지 말고 정리 좀 하란 말이야. 내가 이집 종이야. 야, 너희들 머리만 감으면 다야. 여기 긴 머리 안 보여. 치우란 말이야. 거울에 비눗물 안 보여. 누가 치우라고 이렇게 방치하는 거야. 아이고, 지겨워. 어지는 사람만 있고 치우는 사람이 없으니 어디 힘들어서 살 수가 있겠나. 당신 말이야 대책 좀 세워봐. 막걸리 타령만 하지 말고, 이대로 가다간 골병들어 죽겠어” 아내의 하소연이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했다. 욕실 환풍기만으로는 물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수건으로 일일이 닦아 내는 것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것을 세탁하여 말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것을 화장실 내에서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역부족이다. 어떻게 하면 화장실 수분을 쉽게 제거할 수 있을까.

 

저녁 먹는 시간에도 연구하고 침대에 누워 자기 전까지 골똘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바람에 머리가 지근지근 두통에 시달리곤 한다. 며칠 전에 비가 왔다. 창문을 열어젖히자 개구리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창가 맺힌 물방울이 그대로다. 저것을 어떻게 털어 낼 수 있을까. 머리는 빠르게 회전하느라 열기를 내뿜었다. 그때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싸 가오리” 자동차 윈도브러시다.

 

만물상에 가면 윈도브러시 같은 주걱이 있을지 모른다. 바로 달려갔다. ‘다이소’로 말이다. 온갖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동차용 윈도브러시를 화장실에 놓고 쓸순 없었다. “저기요. 유리 주걱 없습니까.” 직원 한 분이 진열장을 정리하다 말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어, 좀 전에 있었는데, 그사이 팔렸나 봅니다.” 허탈했다.

 

다른 매장으로 달려갔다. 앙증 맞은 핸드 밀대가 있었다. 유리를 닦아 내는 부분은 고무로 되어 있어 부드럽게 밀수가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시험에 들어갔다. 대 성공이다. 오늘 아침 아내로부터 카톡이 왔다. “뽀송뽀송 아주 좋아. 정말좋아요”라고 말이다. 아내의 투정이 먹혀들어 간 것이다. ‘불편함이 없으면 창조할 수 없다.’란 말이 생각나게 하는 기분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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