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는 개그우먼이다.
스웨덴에 이어 멕시코에게도 패했다. 2패로써 16강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이게 웬일인가. 독일이 스웨덴과 경기에서 전반 실점을 하고 고전 끝에 언저리 타임에 한 골을 추가하여 승리한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이 생기고 만 것이다. 독일과의 일전이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으로 간주하고 기대하지 않았다. 세계 랭킹 1위와의 싸움에서 승점을 거둔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온 힘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내는 축구를 비롯하여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4년에 한번 개최되는 월드컵에 한해서는 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 어렵지 않은 축구 룰임에도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오프사이드가 뭐야” 하긴 오프사이드를 알면 축구 룰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규칙을 왜 만들었어.”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진다.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항상 뒤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뭐야” 침을 튀기며 설명을 했지만 고개를 갸우뚱한다.
멕시코와의 경기가 막 시작할 무렵 인터넷 검색을 하던 아내는 “아니 ‘신태용’ 다음에 ‘호’자를 붙이는 이유가 뭐야”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들 역시 “엄마 공부 좀 해. 그걸 질문이라고 해” 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접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다. “히히, 그런 뜻이었어.” 멋쩍어 하던 아내는 “모를 수도 있지 인마. 엄마를 그렇게 무시해도 돼”라며 아들한테 화풀이를 한다.
공주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들과 나 그리고 아내는 손에 땀을 쥐며 시청했다. 아내는 안절부절못하며 “한 골만, 한 골만”을 외쳤다. 나 역시 긴장한 나머지 화장실 가는 횟수가 잦았다. 2:0으로 지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거칠었다. 반칙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잦았다. 다행히 막판 ‘손흥민’의 왼발 슛이 골로 이어져 체면을 살렸다.
아침이 밝았다. 아내는 식탁에 앉아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어제 본 멕시코 전의 기삿거리를 검색하고 있는 듯했다. 모처럼 본 경기에서 지고 나니 썩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이다. 아내는 “마지막 남은 독일 전은 보지 않는다."라고 한다. 희망이 없는 게임 선수들이 열심히 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우의 수를 짚어가며 설명했지만 “1% 가능성도 없다."라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새벽까지 축구를 보는 바람에 비몽사몽 머리가 띵하다. 아내는 해가 중천에 있을 무렵 아점 겸 해서 간단한 음식을 장만하고는 “기상”을 외쳤다. 아이들은 한밤중인지 꼼짝을 하지 않는다. 왕모래가 같은 밥알을 씹고 있는 나를 유심히 고보 있던 아내는 질문을 한다. “축협에서 왜 대표 팀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관여를 하는 것이야” 무척이나 궁금한 듯 빨리 답해줄 것을 바라는 듯 귀를 쫑긋했다. “헐, 자기야. 개그콘서트에 한번 응모해봐”
아내는 대한축구협회의 약칭 ‘축협’을 축산업협동조합으로 오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없었기 망정이지 망신 톡톡히 당할 뻔했다. 형광등 같은 아내가 귀엽기도 하고 세상 물적 너무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지만 알고자 하는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디 가서 오늘 있었던 일 절대 말하면 안 돼"라며 신신 당부했지만 카페에 고자질을 했으니 후안이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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