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트클럽을 방불케 한 볼링장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가 도심을 강타했다. 하얀 목련이 활짝 웃고, 노란 꽃 개나리가 지천에 깔려 있다. 청계천 산수유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살포시 내민 새싹은 녹색으로 탈바꿈할 채비가 끝났다. 물속에서 노니는 잉어는 먹이를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물오리도 보인다. 무엇을 낚아채기라도 하듯 고개를 쳐 박은 재 휘젓고 있다. 바람은 잔잔하다. 태양은 뜨겁게 수은주를 오르게 한다. 아지랑이가 아스팔트 끝에 아른거린다. 봄이다. 봄이 왔다. 회사에서 볼링대회가 진행 중이다. 언제 쳐보았는지 기억이 가몰 하다. 이십대 후반, 술 한 잔 마시고 볼링장에서 맥주내기를 즐겨 했다. 노래방이 없던 시절, 의례히 볼링장에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공 굴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힘이 부쳐 넘어지기도 하고 공과 함께 따라가 고랑에 빠지는 창피한 일도 있었다. 볼링바람이 무섭게 불 때 신발도 사고 아대를 비롯하여 장비일체를 구비하여 열정을 쏟아 부었었다. 연습을 해야 했다. 아내와 함께 동네 볼링장을 방문해보니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호회 회원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소멸된 것으로만 알았던 볼링장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열시가 넘어서야 자리가 났다. 신발을 빌려 신고 레인에 들어서니 낯설었다. 스텝이야 예전 그대로 나왔지만 포인트는 던질 때마다 달랐다. 굴러가야할 공이 우당탕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포환던지기와 다름이 없었다. 고랑으로 빠지고 말았다. 창피한 일이었다. 옆에서 치고 있던 젊은 처자들이 한심하다는 듯 킥킥거렸다. 아내 역시 고랑에 빠지는 횟수가 많았다. 왕년에 공깨나 친다는 소리를 들은 아내 역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연애 시절 볼링장을 안방 드나들 덧 했었다. 첫 게임은 포인트를 잡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게임이 거듭될수록 쓰러지는 핀이 늘어갔다. 신났다. 아내와 하이파이브 하는 횟수가 잦아지자 신바람이 났다. 파팍 하고 쓰러지는 굉음은 귀전에 날아와 쾌감을 선사 했다. 밤이 깊었다.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만 나이트를 방불케 하는 조명이 반짝였다. 고막을 찢을 듯한 음악도 울려 퍼졌다. 젊은 처자들은 공을 굴리고 나서 마구 흔들어 댔다. 볼링장인지 나이튼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술도 팔았다. 탁자위에는 먹고 남은 캔 맥주가 널브러져 있었다. 마시며 던지고 깔깔거리는 젊은 친구들은 농 짙은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았다. 한 친구가 레인에 올라 던지는 순간, 키스를 연발했다. 젊은 연인들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민망했지만 한편으론 부러움을 샀다. 그제, 어제 이틀을 연습을 했더니만 골반 뼈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오른쪽 팔을 타고 어깨까지 올랐다. 오늘 시합이 있는 날인데 통증이 가시지 않았으니 실력발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긴장하면 진다. 직장동료들은 승리를 위해 작전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거운 공을 힘껏 던져 한방에 쓰러트려야 할텐데, 창피나 당하지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