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석
지난 주말, 친구 딸 결혼식이 있어서 ‘왜관’에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을 앞두고 음주가무를 삼가야 하거늘 전날 폭음을 한관계로 무척이나 힘든 여행이었다.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가 연락도 없이 펑크 내는 바람에 가는 길 입한번 벙긋 못하고 지루한 여행을 해야 했다. 가는 길은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상경하는 길은 입석으로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열차 여행을 했다. 줄 곳 자가용을 이용하여 여행을 했었다. 가까운 거리 같으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편리 하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은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피곤함이 덜하다. 더군다나 혼자 승용차를 끌고 간다는 것은 낭비다. 세 시간 반 정도를 열 차안에 갇혀 오가는 길은 답답하고 지루했다.
‘왜관역’에서 14시 29분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 객실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서서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객실의 맨 뒤에는 한사람이 들어가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입석 손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간이다. 빈틈 하나 없었다. 이미 선점한 손님들은 신문지를 깔고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통로에 서서 가는 것은 어디 기댈 곳도 없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예전에는 의자에 걸터앉아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객실을 왔다갔다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통로에 서서 갈수는 없었다. 여러 객실을 지나 1호차 맨 앞으로 가보았다. 화장실이 있는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화장실 건너편 난간이 있는 곳에는 이미 아리따운 중년여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느 곳도 기대어 갈 곳이 없었다. 마침 화장실 옆에 세면대가 보였다. 그곳을 기대고 가다가 힘들면 걸터앉기도 했다.
이런 젠장 화장실을 들낙거릴때마다 악취가 진동을 했다. 남녀 공용인 화장실은 수 없이 많은 손님들이 드나들었다. 손님들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인상이 천차만별이었다. 보통 인상을 찡그리고 들어갔다가 배설의 기쁨을 만끽하고 나오는 것이 정상 아닌가. 반대였다. 나오는 손님 족족 미간을 찌푸리고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좁은 공간에서 남녀가 같이 사용하다보니 악취가 진동을 했었던 것이다.
세면대를 포기 하고 자리를 옮겨야 했다. 냄새도 냄새거니와 손을 씻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비껴주어야 했다. 중년의 여인들이 빨리 떠나길 학수고대했다. 저 곳이라면 난간을 잡고 바깥풍광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다행히 여인들은 ‘김천’에서 내렸다. 잽싸게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편할 수가 있을까. 플랫폼을 빠져 나가는 중년의 여인을 향해 “고맙고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대전이 다가오자 짓눈개비가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다. 빈 공간에는 입석손님들로 가득했다. 다리가 아프고 허리도 지근지근 했지만 난간을 잡고 눈이 내리는 풍광을 보고 있노라니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영등포에 다다르자 빈자리가 보였다. 서울역까지 잠깐이지만 의자가 이렇게 편한지 새삼 느꼈다. 예약하지 못하여 벌어진 힘든 여정이었지만 오랜만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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