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올해의 김장은 내손으로

말까시 2014. 11. 18. 15:28

 


◇ 올해 김장은 내손으로

 

 

김장하면 땔감과 함께 월동준비의 대명사다. 겨울 난방을 위해서 연탄이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땔감이야 준비랄 것도 없다. 돈만 주면 광에 가득하니 채워준다.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김치다. 배추김치를 비롯하여 깍두기, 총각김치, 갓김치, 파김치를 일시에 담는 것을 김장이라 한다. 지금이 바로 김장시즌이다. 명절만큼이나 신경을 써야 하는 며느리들이 머리를 아파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음식에 관심을 두다보니 김치에 대하여 나름대로 공부를 했다. 각종 레시피를 뒤지고 시골 분들에게 물어보아 양념의 구성비를 터득했다. 김치는 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임이 잘되어야 한다. 절임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잘 저려진 김치재료들은 그대로 담가 놓아도 맛을 낼 수 있다. 절이는 것에 실패하면 아무리 양념을 잘 해도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 인터넷에 김치 담그는 법이 수없이 올라와 있지만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담아보아야 손맛을 낼 수 있다. 바로 손과 눈이 저울인 샘이다.

 

 

본가는 내륙이다 보니 해산물이 귀하다. 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는 각자 농사를 지어 조달했다. 양념역시 텃밭에서 공수해온다. 양념이라야 마늘, 생강, 그리고 새우젓과 황새기젓을 넣는 것이 전부다. 잘 익은 김치는 시원하고 맛이 좋다. 특히, 김치찌개를 끓이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해 즐겨 먹었다. 겨울에는 냉장고가 없어도 돼지고기를 장기가 보관 할 수 있다. 부엌 살강에 찬바람이 드는 곳에 매달아 육포가 되어도 잘라다가 김칫국을 끓이면 그렇게 맛이 좋았다.

 

 

처가는 남쪽 해안가이다 보니 해산물이 많이 들어간다. 멸치는 봄에 통째로 사다가 젓갈을 담는다. 가을이 되면 삭아서 뼈가 숭숭 보인다. 살점도 그대로 살아 있어 먹음직스럽다. 멸치젓과 생새우를 갈아서 준비하고 배, 사과, 갓, 쪽파 등 샐 수 없이 많이 들어간다. 멸치젓이 들어간 김치는 금방 먹어도 고소하니 맛이 좋다. 시원한 맛은 덜하지만 생김치의 맛은 본가김치를 능가 한다.

 

 

겨울 음식이라는 것이 김치 빼고는 없다. 대식구들은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김치를 담아야 한다. 커다란 항아리도 여럿을 채워야 겨울을 날 수 있다. 워낙 많은 김치를 담다 보니 동네 아낙들이 모여 품앗이를 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추위를 피해 김치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땅에 묻어야 했다. 구덩이를 파는 것은 아버지들이 도맡아 했다. 일단 항아리를 묻고 나서 김치를 날라 차곡차곡 쌓았다. 뚜껑을 닫고 지붕을 만들어 덮었다. 금방 먹을 것은 부엌 살강 밑에 보관하기도 했다.

 

 

김장하는 날은 수육을 먹곤 한다. 잘 삶아진 수육에 막 담은 김치를 걸쳐 안주를 삼으면 막걸리는 금방 동이 난다. 소싯적 그런 호사를 누리는 집은 거의 없었다. 고구마를 삶아 나누어 먹던 기억 밖에 없다. 김장을 하고 나면 품앗이를 한 아낙들에게 김치 한 그릇씩 담아 주었다. 김장 시즌이 되면 이웃집 김치 맛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나름대로 김치 맛이 제각기 달랐다.  

 

김장을 하고 연탄을 광에 채우면 한시름 놓고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창호지를 다시 바르고 문틈바람구멍을 막는 것으로 겨울준비는 끝난다. 이 모든 것이 가족의 협력 없이는 이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핵가족화 되어 김장을 하지 않고 사먹는 가족이 많아졌다. 편리 하긴 하지만 감칠맛을 느낄 수가 없다. 좀 힘들어도 시골에 내려가 담아 온 김치가 제 맛을 낼 수가 있다. 12월 초에 처가에 내려가 맛있는 김치를 담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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