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과 아내 그리고 나 떨고 있다.
고삼엄마로서 마지막까지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는 아내가 안쓰럽다. 직장에서 받아 왔다는 합격을 기원하는 찹쌀떡과 초콜릿을 들고 오는 족족 아들 방에 들어가 건네주며 즐거워한다. 그동안 뿌린 것을 받아온 것이라며 분발할 것을 주문하는 아내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받아먹는 아들도 불안한지 두어 번 베어 먹고는 도로 준다. 수학능력시험이 무엇이라고 가족 모두 긴장하게 만드는 것인가.
엊저녁 식탁에 고등어구이가 올라왔었다. 고등어 값이 올라 자주 먹을 수 없는 생선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고등어에 젓가락을 대자 사르르 녹아내린다. 육즙이 솟아올라 먹음직스럽게 생긴 고등어는 밥맛을 두 배로 좋게 한다. 한 마리 구어 반을 나누어 아들에게 밀어 넣었다. 맛이 좋아 금방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두어 점 뜯어 먹더니만 수저를 놓고 만다. 밥맛이 없는 것인가. 수능이 코앞에 다가오더니 먹는 것이 시원치 않다. 잘 먹어야 실력발휘를 할 수 있을 것인데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짠하다.
“수능당일 아침은 무엇으로 할까 특별히 먹고 싶은 것 없니” 아내는 수저를 놓으려고 하는 아들에게 물어본다. “평상시 먹는 것으로 하면 되지, 뭘 특별히 한다고 그러십니까.” 아들은 일침을 가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평소 먹지 않는 특별 음식을 먹어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아들의견에 손을 들어 주었다. 아들 말에 서운 한 듯 입을 실룩거리던 아내는 “당일 점심은 소화가 잘되는 죽을 주문해놓았다”고 한다.
아들 시험 보는 날 아내는 하루 쉰다. 아침을 먹이고 직접 수능시험장까지 데려다 준다고 한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같다. 아침부터 카톡이 진동을 한다. “오늘 예비소집일이라 사전답사 겸 해서 다녀오겠지만 시험 보는 장소에 대하여 상세히 알라보라”고 신신당부한다. “시험장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것은 자전거라고 말하는 아들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기까지의 과정이 불안하기만 하다는 아내는 아들보다 더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년 전 홍역을 치른 딸레미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여유만만하다. 저녁시간이 되어도 귀가 하지 않고 있는 딸레미는 카드를 긁어 소비했다는 문자만이 날아온다. 먼 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찍 들어와 동생에게 응원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찹쌀떡이라도 하나 주면서 “힘내라” 하면 어디 덧나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딸이 야속하다. 오늘저녁은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수능이 내일인데 영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무슨 조화일까. 수능날만 되면 추워지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호호 불며 시험을 보았던 아득한 옛날이 되살아난다. 수능을 보기 위하여 여관을 잡아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핏기 없는 얼굴로 달려갔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아빠로서 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이 있던가. 아내의 관심이 지나치리만큼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나라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아이에게 이롭지 않을까 싶다. “아들아 힘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