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콤한 맛에 중독된 양평해장국
매년 있는 일이다. 봄기운이 완연했다가 이삼일 추위가 몰아닥쳐 불편을 준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활개를 치던 젊은 처자들은 오슬오슬 떨 수밖에 없다. 성급한 선택에 태클을 거는 격이다. 약간의 진통이 있어야 진정한 봄기운을 맞이할 수가 있다. 자연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쉽게 주지 않는다. 준비하지 않고서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아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경험이 아무리 많대 해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짐작하건데 꽃샘추위는 주말을 기해 풀어지지 않을까 싶다.
과음한 날 밤은 갈증이 심해 밤새 물을 마시다보면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알코올이 이뇨작용을 하여 화장실 가는 것도 잦아진다. 즐거움의 반대급부가 수면방해로 나를 괴롭힌 것이다. 다음날 속이 쓰리고 아파 얼큰한 국물을 찾곤 한다. 평소 가정에 충실한 사람들에게는 콩나물국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밖으로만 나돌아 다니는 한량들에게는 국물도 없다. 집에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 한다. 이른 새벽에 해장국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전락하고 만다.
해장국이 언제부터 유래된 것인지 모르지만 이름 하나 잘 붙여 놓았다. 해장국 중에 으뜸으로 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양평해장국’이 아닌가 한다. 순댓국을 비롯하여 콩나물, 우거지, 뼈다귀 등 해장국 종류는 무수히 많다. 가장 많은 음식 중에 하나가 순댓국이다. 동네 골목마다 한두 군데는 순댓국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예전에는 어른들의 주 메뉴였는데 변신을 거듭한 끝에 청소년들도 많이 찾는다. 대중적인 음식으로 변한 순댓국은 술국이면서 남녀노소 한 끼 식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양평에서 유래되어 전국으로 퍼진 양평해장국은 진정한 주당들이 자주 찾는 일품해장국이다. 업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재료만큼은 대동소이하다. 선지와 소 내장이 어우러져 내는 국물 맛은 얼큰하면서 시원하여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밤새 물을 찾고 쏙이 쓰려 잠도 제대로 못자 피곤한 몸이 사르르 풀린다. 매콤한 맛에 몽롱했던 정신도 제자리를 잡는다. 원래 주당들은 반주가 빠지지 않는다. 한 잔술을 털어 넣고 뜨거운 국물 후루룩 마시면 나른한 육신은 원기가 돈다. 지나치지만 않는 다면 한 잔의 해장술은 원기소와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 해장국을 찾아 나서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모자를 눌러 쓰고 혼자 먹는 모습은 처량하다. 아침운동을 위해 나가다 보면 그런 모습을 자주 본다. 차라리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김칫국이나 콩나물국으로 해장을 한다. 아내가 기분 좋을 때 얻어먹을 수 있는 행복이다. 어떻게 무엇을 하면 아내가 기분 좋은지 잘 안다. 하지만 실천하기 위해서는 절제를 해야 하고 귀차니즘에서 탈피를 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장국을 얻어먹는 기회보다 손수 라면을 끓여 먹는 횟수가 더 많다.
주말 일주일 쌓인 피로가 밀려오고 주독에 빠져 기력이 없을 때, 가족을 동반하고 양평해장국을 찾아간다. 장암차량기지를 지나 의정부 쪽으로 언덕을 오르다 보면 좌측으로 양평해장국간판이 보인다. 지하차도를 이용하여 쉽게 접근 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해장국집을 드나들었지만 여기처럼 맛있는 곳은 없었다. 매콤한 맛에 매료되어 아내를 비롯하여 아이들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수육을 곁들이면 일품요리집의 회식보다 만족감이 더하다. 국물도 더 달라하면 반기며 준다. 특히 아침에 손님이 많다.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양평해장국집은 내 속을 바로 잡아주는 엄마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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