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속을 끓게 한 철자전거
운동하기 좋은 날이 하루가 다르게 무르익어가고 있다. 아침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겨울에 자취를 감추었던 자전거 출퇴근 족들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하철 입구 자전거 거치대는 빈자리가 없다. 겨우내 아파트 공터에 묶여 있던 자전거도 먼지를 털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어느 샌가 바람이 불기 시작한 자전거는 가까운 거리 이동수단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작년 겨울에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다. 아들이 중고로 구매한 자전거는 나의 출퇴근 시간을 한층 짧게 했었다. 연말 회식이 밀려 있어 며칠 사무실 공터에 묶어 놓았는데 언놈이 잘라가고 말았다. 속으로 욕을 신나게 했지만 분이 삭지 않았다. 한번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삼일 앓다가 마음을 비웠다. 한동안 타지 않았던 시장가는 무거운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겨울아침 철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아 보지만 힘이 두 배로 들었다. 영하의 날씨임에도 땀은 속옷을 적시었다. 삼십분이면 도착했던 출근시간이 사십분이 넘게 걸렸다. 운동은 더 되겠지만 속도감을 맞보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짜증을 나게 했다. 그럭저럭 타고 다니던 자전거는 하나씩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워낙 오래된 자전거는 휠이 휘어 한 바퀴 돌때마다 소음을 유발했다. 작은 소리지만 달리는 내내 거슬렸다. 수리 점에서 오천 원 주고 균형을 잡았지만 얼마 안가서 휘고 말았다. 새로 살수도 없고 타고 다니자니 짜증이 날것이고 이래저래 갈등만이 앞섰다.
자전거가 펑크가 났다. 중간에 버리고 갈수도 없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침이라 수리점이 문을 열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길거리 수리 센터에서 구멍 난 곳을 때웠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또 펑크가 났다. 튜브가 오래되어 부식이 된 것일까. 만원주고 튜브를 갈았다. 허사였다. 또 펑크가 나고 말았다. 수리 점에 맞기지 않고 직접 펑크 난 곳을 찾아 수리 했다. 야속하게도 채 십분도 못가서 펑크란 놈이 나를 실망케 했다. 원인은 자전거 살을 조이는 부분의 안쪽이 녹이 슬어 압력이 가해졌을 때 튜브를 찢어버린 것이었다. 림 테이프를 새로 구입하여 붙였음에도 허사였다. 다섯 번의 펑크가 난후 포기 했다.
한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했다. 지하철을 이용하고 다시 버스를 타는 출근길은 자전거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가볍고 잘나가는 자전거를 하나 장만하라는 아내와 아들의 권유에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가장 저렴하고 날씬한 자전거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십만 원은 지불해야 했다. 좋은 자전거가 너무 많아 갈등이 생겼다. 한번 사면 족히 오년을 넘게 타야 할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잃어버려도 대수롭지 않은 중국산 십만 삼천 원 하는 자전거로 구매를 결정했다.
빠른 배송이었다. 직접 조립하여 타보니 잘나갔다. 좀 약해보이기는 했지만 가벼워서 좋았다. 안장도 날렵하여 페달을 밟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엉덩이에 밀착된 안장은 가운데 홈이 파여 편했다. 따스한 봄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모처럼 느껴보는 짜릿한 쾌감이었다. 도난 방지를 위하여 두꺼운 자물쇠를 채웠다.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이 더해지면 저절로 빠지는 뱃살에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올 무렵이면 개미허리가 되지 않을까 멋진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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