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찬의 꽃 바지락 파전
재래시장에 먹을거리가 많이 나왔다고 산책겸 해서 가자는 아내의 의견이 있어 집을 나섰다. 산책로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덩달아 따라 나온 강아지들도 사람만큼이나 많았다. 쌩쌩 달리는 자전거족들은 사람사이로 곡예운전을 서슴치않았다. 놀란 노인들은 욕지거리를 퍼붓고는 혓바닥을 찼다.
제방에 만들어 놓은 오솔길 옆에 생강나무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다. 아내는 “꽃이다” 하면서 포즈를 취했다. 꽃을 배경으로 셔터를 눌렀다. 개나리도 꽃망울이 맺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쑥은 작은 잎을 벌리고 무섭게 자라고 있었다. 모처럼 화창한 날, 사람들은 제각기 봄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깨비시장 입구에 이르자 맛있는 음식냄새가 진동을 했다. 우선 장을 보고 나서 먹을 것을 사냥하기로 했다. 요즈음 해독 주스를 만드는 것에 취미를 붙인 아내는 브로콜리와 당근을 시장바구니에 담았다. 시골에서 쪽파가 많이 올라왔다며 저녁에 파전을 만들어 먹자고 했다. 멍게 속살은 가격이 비싸 포기하고 바지락을 한 사발 담았다. 옆에 있는 냉동 갈치도 집어 들었다. 보는 족족 사고 싶었지만 배낭에 짊어지고 가야하는 관계로 여기서 줄였다.
갈색톤 짙게 익은 족발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조금 지나자 기름에 튀겨진 통닭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양념을 고루 바른 닭 강정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 기다렸다. 순댓국집 가마솥에는 국물이 끓어 하얀 김을 뿜어냈다. 간이 횟집 사장님의 능숙한 칼솜씨는 일순간에 회 한 접시를 만들어 냈다. 아내의 의중을 물어 보니 싫다고 한다. 회 한 접시에 소주한잔이 절실하게 생각났지만 전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채곱창을 먹는 것으로 결정하고 자리를 잡았다. 조그만 가게였지만 주인아줌마의 손길은 무척이나 바빴다. 벌겋게 볶아진 곱창은 막걸리 한 병을 순식간에 비우게 했다. 아들사랑이 끝이 없는 아내는 일인분을 추가 하여 포장했다.
집에 도착한 아내는 힘이 빠지고 정신이 몽롱하다며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했다. 막걸리 한잔도 아니고 한 모금 마셨는데 꾀병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니라오.♫ 아니라오.♫” 극구 부인하고는 자리에 누워 버렸다.
일단 냄비에 물을 붓고 끓였다. 팔팔 끓는 물에 바지락을 쏟아 부었다. 뜨거운 물에 들어간 바지락은 입을 벌리고 속살을 토해냈다. 휘휘 저어 속살과 껍데기를 분리하고 앙금을 가라앉혔다. 맑은 국물을 반죽에 이용하면 부침개의 맛을 한층 드높인다는 시장 아줌마의 말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프라이팬을 달구어 기름을 두르고 쪽파를 얹었다. 기름이 물과 접촉하자 팍팍 튀었다. 바지락을 넣어 반죽한 밀가루를 부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해물파전은 고소함을 집안 구석구석에 실어 날랐다. 바삭함을 유지하기 위하여 프라이팬 가에 기름을 듬뿍 부었다. 튀김 수준에 이른 파전은 바삭함과 고소함이 남달랐다.
주무시는 아내를 깨우고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프라이팬을 높이 들어 공중부양 뒤집기 시범을 보였다. 신기 한 듯 아이들은 멍하니 쳐다보았다. 노릇노릇 익혀진 해물파전을 접시에 담아냈다. 파가 듬뿍 들어간 파전은 향긋함과 바삭함이 어우러져 별미를 연출했다. 저녁 만찬으로 손색이 없었다. “아빠가 움직여야 특식을 즐길 수 있다.”고 아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놈들 봐라 아부할 줄도 아내” 빈말이지만 왠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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