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노 팬티의 설움

말까시 2014. 3. 28. 12:47

 

 

◇ 노팬티의 설움

 

안주와 술의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음날 아침 장의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체질에 따라 음식을 소화하는 능력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 조상은 오랫동안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여 장이 길다.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과 달리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속에 우유를 마시면 바로 배탈 나서 화장실로 직행해야 한다.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부족하여 벌어지는 일이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안주는 육류로 이삼차를 하다보면 먹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혹사를 당하는 장기는 피곤하다. 미처 소화하지 못한 음식은 부패하여 가스를 유발한다. 독소를 빨리 배출하지 않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 장은 몸에 있는 수분을 흡수하여 변을 묽게 만들어 내보낸다. 이것이 설사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가 천근만근이다. 숙취는 신체의 기능을 제로로 만든다. 갈증이 났다. 냉장고 문을 열어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에 물을 부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샤워를 하고나니 개운했다. 하지만 속은 더부룩하고 편치 않다. 해장을 해야 했지만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차가운 해독주스를 한잔 하고 집을 나섰다.

 

나의 애마는 힘이 부치는지 달리지 못했다. 발에서 전해지는 동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냉수와 해독주스로 아침을 때우고 페달을 밟았으니 힘이 날 리가 없다.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전해지는 자극은 배속을 뒤집어 놓았다.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다. 차가운 냉수와 어제 먹은 음식들이 혼합되면서 구라파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아군과 적군의 싸움은 치열했다. 치고받는 소리가 부글부글 밖으로 나왔다. 싸움과 싸움에서 발생한 독가스는 괄약근을 비집고 나오려 했다. 잘못 조절하여 열었다가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오물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다. 아직 10분 이상 더 가야 하는데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괄약근을 당기어 오므렸다. 힘차게 밟을수록 전쟁은 치열했고, 독가스는 계속하여 항문을 자극했다.

 

생지옥이 아닐 수 없었다. 배가 아프고 똥꼬는 터질 것만 같고. 아! 어쩌란 말인가. 사람들이 오가는 길바닥에서 실례를 할 수 없는 노릇, 초딩이라면 아무데나 내질러 버릴 텐데 수많은 생각들은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정신이 혼미했다. 이러다가 개망신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저만치 화장실이 보였다. 하천제방 위에 있어 계단을 올라야 했다. 자전거를 끌고 계단을 오르는 찰라 이제껏 굳게 닫혀 있던 빗장이 풀리면서 한 방울 새고 말았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찝찝함, 항문은 오물범벅이 되어 나를 슬프게 했다. 여분의 팬티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이일을 어찌 한단 말인가. 엉거주춤 걷는 걸음은 죽을 맛이었다.

 

전광석화처럼 혁대를 푸르고 바지를 내리자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흐~흐! 안도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배설의 기쁨을 무엇과 비교할까, 윗집 고추가 느끼는 쾌감을 능가 했다. 창백했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뒤처리를 해야 했다. 레버를 조작하여 여러 번 물을 내렸다. 좁은 공간에서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오물이 번진 팬티는 세척하여 다시 입을 수가 없었다. 버려야만 했다. 항문에 묻어 있는 오물을 제거하기 위해 두루마리 화장지 한 개를 다 소비하다시피 했다. 그날 하루 노팬티로 근무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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