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여성들이여 월드컵에 관심을///

말까시 2014. 6. 13. 14:12

 

 

◇ 여성들이 월드컵에 관심을///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새벽잠을 설치며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경기를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섭렵했다. 역시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브라질 선수들의 현란한 발기술에 크로아티아는 맥을 못 추었다. 열광적인 자국 관중들의 응원에 힘입어 가볍게 1승을 챙긴 브라질은 승수 쌓기에 시동을 걸었다. 네이마르 역시 최다골 신기록에 도전이라도 하듯 가볍게 두골을 성공시켰다. 페널티킥에 대한 오점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훌륭한 경기였다.

 

개막식 경기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세계 최강 브라질이 아닌가. 축구광은 아니지만 대표팀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보고 있다. 저녁을 물리고 일찍 자야만 했다. 새벽 다섯 시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쉬는 날도 아니고 해서 리듬이 깨지면 하루 일과를 비몽사몽 하다 망칠 수가 있다. 잠을 청하기 위해서는 재미없는 책을 읽는 것이 상책이다. 그것도 벌렁 누워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는 경우가 있다.

 

저녁을 먹고 시장에 다녀온 아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와서는 녹기 전에 어서 먹으라 한다. 막 잠이 들려 했는데 시원하고 달콤함이 아른거려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딱딱한 아이스크림은 입안을 얼얼하게 했다. 잠이 확 달아났다. 흐릿했던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자 사물이 선명하게 보였다.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할까. 집안에서 쿵쿵거리며 운동을 하기에는 이웃집에 피해가 갈 것 같아 마음을 접고, 살방아나 찧을까 신호를 보냈더니만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침대에 벌렁 누워 잠을 청했다. 형광등 불빛이 눈에 거슬렸다. 전원을 내려 암흑을 만들었다.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무엇인가 메시지가 온 것 같아 열어 보았더니만 역시나다. 쓰잘데기 없는 메시지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온다. 지겨울 정도로 날아오는 메시지는 늘 실망과 짜증을 동반한다. 이러다가 자정을 넘길 때까지 잠을 청하지 못하면 월드컵축구를 보는데 지장을 초래 할 것이다. 이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벌떡 일어나 거실에 나갔다. 책장위에 담아 논 30도짜리 뽕술을 개봉하여 그라스로 한잔을 들이켰다. 싸하니 내장을 자극한 뽕술은 단박에 꿈나라로 보내버렸다.

 

나도 모르게 놀라 눈이 번쩍 뜨였다. 아직 밖은 캄캄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였다. 개막경기는 아직도 두 시간이나 남아있었다. 일단 TV를 켜보았다. 개막식을 하고 있었다. 개막식 역시 놓치기 싫었다. 옆에 주무시는 마나님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볼륨을 최대로 낮추었다. 목이 말라 일어나다가 마누라 발을 밟고 말았다. “아야!” 괴성을 지른 아내는 거실에 나가보라며 신경질을 냈다. 월드컵 개막경기가 잠시 후면 시작되는데 보지 않겠냐고 권했지만 손사래를 치며 밀어낸다.

 

신혼 같았으면 이러진 않았을 것이다. 다소곳하고 공손했던 말투는 온데간데없고 앙칼진 목소리만이 쩌렁쩌렁 새벽공기를 갈랐다. “거실에서 축구보고 끝나는 대로 과일이나 챙겨먹고 출근하라”는 아내는 이불을 뒤집어쓰곤 꼼짝을 안했다. 여자들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 많은데 우리 집 마나님은 통 관심이 없다. 2002년도에는 아이들과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도 했었는데 참으로 실망스럽다. 딸내미도 별 관심이 없는 듯, 일단 16강에 안착하면 본다고 한다. "여성들이여! 브라질월드컵을 남편과 함께 즐겨보시라. 서먹했던 분위기 단박에 깨지고 살방아 찧는 재미가 담을 타고 넘을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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