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진화하는 텃밭

말까시 2014. 6. 19. 15:01

 

 

◇ 진화하는 텃밭

 

<만가대 텃밭>

 

 

도시인들이 농사체험을 위하여 주말농장을 분양받아 야채 위주의 농사를 짓는다. 십만 원 정도를 납부하면 대여섯 평을 분양 받을 수 있다. 도심 근처에는 빈 땅이 거의 없다. 주말농장을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가야 한다. 텃밭이라 하면 집근처에 있어야 한다. 가까운 장소에 있어야 돌보기 수월하고 거름을 주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텃밭의 채소와 곡식들은 주인의 손이 자주 가기 때문에 병충해 없이 잘 자란다. 주말농장은 텃밭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지인이 가꾸어 놓은 텃밭에는 상추, 고추, 가지, 오이, 호박 등 반찬거리가 잘 자라고 있었다. 농약을 치지 않아 무공해 식품이나 다름이 없다. 수락산 아래 위치한 주말농장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솎아 주지 않으면 자라지 못하는 것이 상추다.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는 상추는 이웃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채소 중에 으뜸이다. 아직 호박은 영글지 않았다. 고추역시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 직전이다. 아욱은 웃자라 잎이 손바닥만 하다. 텃밭에는 푸성귀들이 앞 다투어 잘 자라고 있었다.

 

소싯적 마당은 크고 넓었다. 그곳에서 보리타작을 했고 각종 곡식을 건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정의 대소사가 있을시 손님맞이 장소로도 쓰였다. 담벼락 밑에는 땔감을 쌓았고 볏짚을 수북이 쌓아 올려 짚가리도 만들었다. 볏짚은 소의 먹이로 필히 소중히 다루는 귀한 존재였다. 아이들이 받침놀이도 마당에서 이루어졌다. 가시나 들의 고무줄놀이도 마찬가지다. 마당에는 빨래 줄이 길게 매어 있었다. 건조를 돕기 위하여 대나무 장대를 높이 세웠다. 시끌벅적 했던 마당은 텃밭으로 탈바꿈하야 야채가 자라고 있다.

 

예전에 텃밭구실을 했던 마을 근처 밭들은 일손이 부족하여 잡초만 무성하다. 시골에는 할머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할아버지들은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긴지 오래다. 장에 나가 먹을 것을 사오는 것 자체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급자족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곳이 바로 마당이다. 홀로 사는 시골에 넓은 마당은 필요치 않다. 드나들 수 있는 길만을 남겨 놓고 텃밭으로 일구어 반찬거리를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마당 겸 텃밭이지만 생산량이 많아 자식들에게도 나누어준다.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주말농장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 와중에 상자텃밭이란 것이 나왔다. 주머니텃밭도 보인다. 집안에서 채소를 길러 먹을 수 있는 아주 작은 텃밭이다. 이렇게 텃밭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상자텃밭 하나만 있어도 상추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집안에 채소가 있어 공기정화 기능도 있고, 꽃과 야채는 녹색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텃밭이 없어도 어디서나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상자텃밭이야말로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이제 농산물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공산품과 다름이 없다.

 

수락산 기슭에서 내려오는 밤꽃냄새 그윽한 만가대 텃밭에서 상추를 따고 씀바귀를 뜯어 한보따리 챙겨 왔다. 일주일 내내 야채로 쌈밥을 먹다보니 얼굴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신진대사가 원활한지 속도 편하다. 먹고 먹었지만 야채는 줄어들지 않는다. 좋다고 권하지만 고기 없이 쌈밥으로는 양이 차지 않는 듯 아이들은 채소를 멀리 한다. 소비 촉진을 위하여 오늘저녁 메뉴로 돼지고기 두르치기를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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