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홍탁의 참맛을 아는가.

말까시 2014. 5. 29. 10:40

 

 

◇ 오도독 씹히는 홍어의 참맛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밤잠을 설치는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냉수를 찾는 횟수가 잦다. 비닐봉지에 쌓아 놓았던 선풍기도 꺼내 먼지를 털었다. 팔자가 늘어진 누렁이도 혓바닥을 내밀고 숨을 헐떡인다. 난전에서 잡곡을 파는 할머니는 비닐봉지가 날아가는 것도 모르고 졸고 있다. 이 뜨거운 여름 순댓국집 가마솥에서는 김이 맹렬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고 있는 할아버지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이 낙하 직전에 있다.

 

홍어에 대하여 잘 몰랐었다. 아주 오래전에 전라도 상가 집에 다녀온 적이 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홍어탕 냄새가 자꾸만 고개를 돌리게 했다. 조문객들의 상차림에 한 그릇 올라온 홍어탕은 구수하면서 묘한 향기로 그 맛에 끌리어 소주잔을 여러 잔 비웠다. 하얀 쌀밥도 두 공기나 비웠다. 이렇게 홍어와 처음 만남은 새로운 맛을 각인시켰고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홍탁을 즐긴다.

 

처가는 남도의 끝 바닷가다. 가고 오는 길이 험난하여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방문하지 못한다. 보통 여름휴가에 방문하여 이삼일 바닷가를 누비며 생물을 접하곤 한다. 커다란 문어를 불판에 구워먹는 것도 별미다. 포구에 나가면 여러 종류의 횟감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가격이 비싼 민어도 보인다. 손바닥만 한 민어를 투박한 칼로 뭉텅하게 썰어 맛을 보게 했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온 병어도 있다. 다른 것과 달리 작은 것 하나 썰어도 그 양은 상당하다. 된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여러 종류의 횟감이 넘쳐나지만 오도독 씹히는 홍어회를 능가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삭힌 홍어의 특유한 냄새는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잘못 먹었다가는 입천장이 홀라당 벗겨지기도 한다. 반복되다 보면 익숙해진다. 삭힌 홍어의 거부감을 상쇄하기 위하여 삼합이란 메뉴를 개발했다. 삭힌 홍어와 돼지고기 수육을 얹어 묵은지로 둘둘 말아 먹는 삼합은 홍어의 진가를 한층 높여 주당들이 즐겨 찾는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홍어는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아 홍탁이라 부르기도 한다.

 

남도의 잔치 상에 홍어가 빠지면 아무리 진수성찬이 차려져도 먹을 것이 없다고 한다. 홍어 없는 애경사는 손님 접대 잘하고 뒤로 욕먹는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남도 사람들의 홍어 예찬은 끝이 없다. 전국 어디서나 홍어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음식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대중 음식이 되어 버린 홍어는 수입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산 홍어 중, 흑산도 홍어는 너무 비싸 바라보는 것으로 족해야 한다.

 

홍어의 참 맛을 알아버린 젊은 처자가 있다. “주기적으로 홍어를 먹지 않고는 부드러운 피부를 유지 할 수가 없다.”는 그녀는 “스태미나가 딸릴 때 홍어회에 막걸리 한잔이면 기운이 펄펄 솟는 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무더운 여름 어떠한 기후에도 배탈을 일으키지 않는 홍어는 수컷보다 암컷이 그 맛에 있어서 탁월하다. 비싸게 팔리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돈에 눈먼 어부들이 홍어 좆을 잘라 암컷으로 둔갑하여 폭리를 취했다고 한다. “만만한 게 홍어 좆”이란 말이 그렇게 탄생했다고 한다. 홍어의 힘을 빌려 전사처럼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의 홍어예찬에 나 또한 오늘날까지 즐겨 먹고 있다. 가자!!! 홍어 먹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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