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눈팔지 마!
귀를 에일 듯 한 차가운 날씨가 며칠째 수그러들 줄 모른다. 이렇게 추운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사람들의 움직임은 매일반이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일하는 공사장에 중장비의 둔탁한 소리가 요란하다. 집게차가 굉음을 낼 때마다 힘없이 무너지는 건물들, 오랫동안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했던 소중한 둥지였다. 재개발 재건축에 사라져가는 전통가옥을 보전할 방법이 없단 말인가.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니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엄동설한에도 도심은 늘 부수고 짓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눈팔지 마”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하는 말 중에 힘을 싫어 강조하는 말이다. 그만큼 한눈파는 남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럴 것도 하지만 세월이 흘러 여성들이 사회활동이 많아짐에 따라 비교우위가 사라졌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여성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요즈음 젊은 처자들은 남자들의 권위에 숨죽여 살았던 우리네 엄마들과는 많이 다르다. 당당히 고개를 쳐들고 대드는 것을 보면 세월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남자는 태양이요 여자는 우주로다”라는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길을 가다가도 미인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돌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미인이 아니라도 고개는 돌아간다. 자연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나무라는 여성들이 무지하게 많다. 연인과 같이 걷는 중에도 남자의 눈동자는 멈춤이 없다. 이성에 대한 생각이 여자보다 수천 배는 빠르지 않을까 싶다. 그에 반해 여자들은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엿듣는 것이 일상이다. 빛과 소리는 남녀가 지닌 본능이다. 빛과 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만 가정이 평화롭다. 빛이 부딪히고 파열음이 난다면 평화는 깨지고 만다.
이성에 대한 관심도가 남과 여 누가 높을까. 집착도로 따진 다면 동물이나 짐승이나 수컷들이 훨씬 높다. 길을 가다가 여자와 마주치면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면서 훔쳐보아야 한다. 지나간 여자의 뒷모습을 보기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 여인도 돌아서 눈이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참으로 민망하다. 호감이 일치하는 순간이다. 달려가 차라도 한잔 마시고픈 생각이 들지만 재빨리 눈길을 돌리고 만다. 옛날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얼마 전 점심 식사를 하고 나와 복도를 걷고 있는데 저만치서 미모의 중년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빨를 손질하다말고 여인을 슬쩍 보았다. 여인의 시선도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동선을 따라 바라보다가 턱에 걸려 넘어질 번한 일이 있었다. 민망했는지 쏜살 같이 달아났다. 여자도 남자에 관심이 많은가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각오를 하고 쳐다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시각적으로 발달한 남자는 이해를 하지만 여인들도 이성에 대한 관심이 남자들 못지않은 것 같다.
유교의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우리세대는 관심이 있어도 드러내놓고 왈가왈부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특히, 사랑스런 말 한마디 먼저 하면 손해 보는 것 같아 일 년이 가도 입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삶은 감정이 메말라 무미건조했다. 이제 여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사랑스런 눈길을 수도 없이 날린다. 억눌려 살았던 그동안의 삶에 대하여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끊임없이 확인하려 든다. 그리고 그물을 친다. 한눈팔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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