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을까.
본격적인 강추위가 시작되었다. 숨을 쉴 때마다 튀어나온 입김은 안개처럼 퍼져나간다. 바짝 웅크린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하다. 패딩잠바가 감추어버린 S라인은 내년 봄이나 보일 것 같다. 피부보호를 위해 감싼 목도리는 미모의 여인들을 감추어 버렸다. 달리는 차량 꽁무니에서 하얀 연기가 나부낀다. 영하의 날씨가 뜨거운 매연 속의 수분을 알갱이로 만든 것이다. 어제 내린 눈은 응달 담벼락에 조금 남아 있을 뿐 사라지고 없다. 드디어 동장군이 한반도를 기습하여 칼을 뽑아 들었다.
식생활이 바뀌면서 먹을 것은 풍부해졌지만 한편으론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었다. 의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어 고령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가 먹어 감에 따라 질병 또한 피해갈 수가 없다. 의료비 지출이 장난이 아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은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한다. 성인치고 고혈압과 고지혈에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준치가 너무나 타이트해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약을 한주먹씩 먹는 노인들도 있다. 지나친 맹신이 우리 몸을 서서히 갉아 먹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암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기름진 음식과 각종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암의 치유에 있어서 조기발견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초기 암일 경우 수술을 권장한다. 수술을 할 수 없는 말기암환자에게는 항암치료와 방사능치료를 병행 한다. 의사들은 5년 생존하면 완치라 판정한다. 기준이 모호하다. 요즈음 종편에서 산야초로 병원에서 포기한 암환자가 완치되었다는 사례가 방영되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가 미흡하다고 대체의학을 인정하지 않는 양의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청자는 헷갈린다.
아버지는 폐암으로 일 년여 투병생활 하다가 돌아가셨다. 1986년도의 일이다. 농사일에 숨이 차서 읍내 병원에서 엑스선 촬영을 해보니 하얀 반점이 나타났다.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진을 받으라 했다. 수술은 할 수 없고 항암치료를 받으라 했다. 환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의료지식도 없고 그 당시 의사의 권위에 도전할 환자는 아무도 없다. 실험대상이든 치료를 위한 칼질이든 의사에 맞길 수밖에 없다. 암치료자체가 거금을 지불하고 병실에 갇혀 고통스런 날을 보내야 한다. 바보짓이었다.
조식검사를 하는데 거의 한 달여를 소비했다. 독한 항암제가 투여되자 머리가 빠지고 먹는 족족 토했다. 일순간에 빠져나간 기는 화장실 가는 것조차 부축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감옥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거와 다름이 없다. 기력이 살아나면 항암제가 곧바로 투여되었다. 반복적인 치료로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화장실에 홀로 앉아 하염없이 나오는 눈물을 거두기 위해 많은 시간을 머물러야 했다. 이게 무슨 치료란 말인가. “더 이상 치료할게 없으니 집에 돌아가서 편안히 모시라” 하는 의사가 미웠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치유할 수 없으면 손을 대지나 말든지, 수명연장이란 미명하에 돈은 돈대로 다 빼먹고 치료약이라고 주는 것이 소화제와 진통제가 전부였다. 결국, 집에 와서 얼마 살지 못하고 운명하고 말았다.
넷째 동서가 젊은 나이에 간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색전술을 하고 있으며, 직장도 그만두고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식한다해도 10년 이상 살기 어렵다고 한다. 치료비가 상상을 초월한다. 암보험이 있어 다행이라 하지만 보험환자는 의사의 봉이라고 한다. “암은 병이 아니라 노화현상이다.”라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병이라 단정 짓지 말고 잘 달래며 함께 살아갈 궁리를 강구 하라”고 한다. 덧 붙여서 “대체의학에 현옥되지 말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표준 치료를 꾸준히 하라”고 한다. 믿을 수 없다. 결국, 병원에 돈을 다 바치고 나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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