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무늬만 부부인 세상

말까시 2013. 12. 11. 10:44

 

 

◇ 무늬만 부부인 세상

 

나무에 눈꽃이 피었다. 바람에 떨어지고 햇볕에 녹아 금방 사라진다. 새벽에 내린 눈으로 차들은 거북이걸음을 했다. 길가에 뿌려진 눈은 염화칼슘에 녹고 바퀴의 압력에 순식간에 물로 변했다. 며칠 전 겨울비가 내렸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눈으로 바뀌어 모처럼 겨울분위기를 자아냈다. 자빠질라 종종 걸음을 하는 아낙들이 위태로워 보인다. 목에 두른 목도리는 얼굴을 감추고 눈만 빠끔히 에스키모를 연상케 한다. 겨울은 본격적인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다가왔다.

 

초혼남과 재혼여의 결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유부남과 처녀의 잘못된 사랑이 언론에 비치곤 했었는데 의회의 기사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유교의 전통을 이어온 기성세대들이 바라보는 시점은 곱지 않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세태라 하지만 너무나 돈에 노예가 된 것 같아 행태로 보아서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사람이 태어나서 사랑을 하고 정들면 결혼을 하게 된다.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 하는 것으로 혼인서약서를 낭독할시 모두들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가 종종 내비췄다. 삶이란 것이 돈이 없으면 궁핍하기 마련이다. 둘이 합심하여 극복하려는 의지보다 빨리 탈피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 같다. 경기가 나쁘면 이혼율은 덩달아 높아진다고 한다. 사는 것이 돈과 결부되다보니 벌어진 사단이다. 일부종사란 말이 무색케 한다.

 

 

 

 

쉽게 오른 산은 빨리 하산을 하기 마련이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정상에 올라야 산이 주는 쾌감을 만끽 할 수 있다. 쉽게 끓어 버린 찌개는 금방 식어버린다. 우린 전통적으로 뜨거운 음식을 즐겨 먹었다. 웃어른께는 절대 식은 음식을 주지 않았다. 매 끼니마다 새롭게 밥을 짓고 뜨거운 국을 올려 상을 차렸다. 웃어른을 공경하는 관습이 고달프기는 하지만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 다 비워질 때마다 엄마들은 가슴이 뿌듯했다.

 

산업이 발전하고 농업이 쇠퇴하면서 호미자루 버리고 도시로 밀려들었다. 대가족이 무너지고 핵가족이 탄생하면서 찬밥 먹는 횟수가 늘었다. 워낙 바쁘게 사는 도시의 생활에서 매 끼니마다 밥을 새로 지을 수가 없다. 다행이 전기밥통이 나오는 바람에 엄마들의 손길이 많이 줄어들었다. 편리함을 추구하다보니 손수 하는 반찬보다 사다먹는 횟수가 잦아졌다. 온 식구가 한자리에 둘러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다. 정이 담겨 있지 않은 외식을 자주하다보니 남산만 하게 나온 배를 주체할 길이 없다. 물질 만능주의가 만들은 폐해다. 엄마가 해준 따뜻한 밥을 먹어본지가 언제였던가.

 

가정란 무엇인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먹고 사는 일에 너무 열정을 쏟다보니 정이 사라졌다. 우리 어릴 적 온 식구 한 이불을 덥고 추위에 떨면서 잠을 잤지만 형제간의 우애는 남달랐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기에 그들의 아픔을 일찍 알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빨리 뜰 수가 있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아이들도 제잘 난 맛에 부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부부 역시도 소 닭 보듯 무늬만 부부인 세상에 살고 있다. 배우자가 죽으면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만세를 부른다고 한다.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 하라는 혼인서약서는 시대에 걸 맞는 문구로 바뀔 때가 된 것 같다.  

 

'세상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눈팔지 마!  (0) 2014.01.15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을까.  (0) 2013.12.12
울고 싶어라.  (0) 2013.12.09
가끔은 대중교통으로  (0) 2013.12.06
소취하 당취평  (0) 201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