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소취하 당취평

말까시 2013. 11. 29. 15:48

 

 

◇ ♬소취하!! 당취평!!

 

거리에 낙엽이 사라지자 노점이 부쩍 늘었다. 호떡장사를 비롯하여 어묵, 떡볶이, 붕어빵을 파는 곳에서 피어나는 수증기는 아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 옆에 과일장사가 진을 치고 있다. 인도에 배추를 산더미처럼 싸놓고 호객행위를 하는 거구의 아줌마는 미안한 기색이 하나도 없다. 여름 내내 밖에 술상을 펴놓고 소음을 야기 했던 호프집은 조용하기만하다. 닭 꼬치에서 나오는 고소한 냄새는 사시사철 구미를 당기게 한다. 눈도 오고 영하의 날씨도 여러 날, 겨울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놀자 한다.

 

매년 12월이 되면 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매월 맺어진 인연과 송년회를 하다보면 적어도 12번은 술이 떡이 되어야 한다. 억지로 마신 술은 쉽게 피로하고 지치게 만든다. 아직은 주당이 이끌어가는 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르지 않으면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일차, 이차, 삼차까지 마시고 귀가하는 것이 주당들의 정석코스다. 한술 더 떠 포장마차에서 막국수와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조간신문과 함께 귀가하는 애주가도 있다. 올림픽에서 폭주 게임이 신설된다면 단연 금메달감이다.

 

선천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비주류는 술맛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한다. 강권에 한두 잔 마시다가 열라고, 토하고 안 좋은 기억뿐이다. 술맛과 증상에 대한 시험을 치른다면 고액으로 주당을 초빙하여 필기하면서 달달 외어야 한다. 교과서에는 없다.

 

『처음엔 쓰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마신 술이 시간이 갈수록 기분이 좋아지면서 말이 많아지고, 언성이 높아진다. 천천히 마시던 술이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빈병이 탁자에 널브러져 쌓이고, 방광이 부풀어 올라온다. 이때 비틀거리며 화장실을 다녀온다. 찬바람을 쏘인 후 갈증을 느낀 주당은 글라스에 소주를 딸아 물처럼 마신다. 마비된 이성은 감성이 앞서 왕이 된 것처럼 손사래를 치며 호령한다. 한말 또 하고, 반복하다보면 그것이 주정이 되어 피해를 안겨다준다. 눈동자는 풀려서 사파리마냥 제멋대로 돌아간다. 사물이 흐릿해지면서 추녀도 미인으로 둔갑해 망막에 꽂힌다. 이때 다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간다. 한참을 기다려도 들어오지 않는다. 비주류가 찾아 나선다.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주당을 발견하고는 팔을 낚아채 끌고 들어온다. 한 병 더 주문하고는 술이 떡이 되어 엎어져 잠에 빠진다. 다음날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아 일순간에 비우고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본다. 두통이 밀려온다. 오만상을 하고 뒤통수를 쳐보지만 반응이 없다. 창문을 활짝 열고 공기를 들여 마시는 순간 속이 쓰리고 아프다. 엊저녁 10시 이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졌다. 호주머니에서 카드전표를 꺼내보고는 놀라자빠진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추리닝을 반쯤 걸치고 해장을 위해 집을 나선다. 선짓국에 소주한잔을 곁들이고는 후회의 한숨을 크게 내쉼으로써 1박 2일 긴 역사가 끝난다.』

 

체험학습이 아닌 외운 것은 금방 잊어먹는다. 그만큼 경험이 엄청 중요하다. ‘경험이 스승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당들은 비주류에 대한 괄시로 기분을 상하게 한다. 술이 있는 곳에 마시지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려는 것보다는 강제하려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장애인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불통이 소통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나만을 위한 술자리가 아니다. 모두가 즐거운 술자리가 되기 위해선 무대포 술 문화는 이제 안녕. “소취하!! 당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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