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짐
바람 따라 눈이 흩날렸다. 영상의 날씨에 내리는 족족 녹았다. 해님이 살짝 내밀었다가 다시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먹구름이 낮게 깔렸다. 다시금 펑펑 쏟아질 것만 같다. 낙엽을 버린 나무는 검게 그을린 가지를 흔들고 낙엽은 바람결에 굴러다닌다. 새들이 없다. 숨을 곳이 없는 새들은 도심을 떠나 숲이 있는 산으로 날아갔다. 골목마다 김장 쓰레기로 넘쳐난다. 길고양이가 쓰레기를 노리고 있다. 김장을 하느라 시끌벅적한 골목은 모처럼 생기가 넘쳐흐른다.
게임에 열중한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언제까지 할 작정이냐”고, 이어폰을 끼고 있던 아들은 대구가 없다. 바짝 다가가 다시 물었다. 그때서야 이어폰을 빼들고는 다짐을 한다. “11월 30일까지만 하고 본격적인 공부에 매진할 것이라”고, 한술 더 떠 “스마트폰도 2G폰으로 바꾼다.”고 했다. 이놈이 무엇을 느낀 것일까. 일단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삼일 남았다.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는 아들은 날 새는 줄 모르고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부디 삼일천하로 끝나지 않기를…….
대학에 다니는 딸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엇이 잘 안되는지 “인생이 불투명하다.”며 투덜거린다.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딸은 어디선가 충격적인 말을 들은 것 같다. “취업공부와 학교공부를 병행하려니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며 “취업공부는 일단 포기하고 학교공부에 열중하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덧붙여 “스마트폰도 멀리한다.”고 했다. 요즈음 불 꺼진 방에서 나오는 불빛은 야심한 밤에도 사라질 줄 모르고 있다. 킥킥 웃음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면 스마트폰이 주는 즐거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실망이다.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는 놀란 아내는 다짐을 했다. “식이요법을 성실히 수행하고 매일같이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식도 가급적이면 자제하기로 했다. “관리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르는 일이라”면서 반의사가 되어 열변을 토했었다. 매일 같이 저울에 올라간 아내는 표정이 좋지 않다. 내가 볼세라 얼른 내려오는 아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운동하는 것을 멈추었던 것이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을 알지만 며칠사이 이렇게 올라갈 줄 몰랐다.”면서 뱃가죽을 쥐어짜며 원망했다.
고혈압, 코레스테롤이 높은 나는 다짐을 했다. “술을 먹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여 기준치 로 다운시키겠다.”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체중이 내려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정상에 가까운 몸 상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놈의 술 때문에 다시금 수치가 올라갔다.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운동은 어느 정도 실천이 가능하지만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체중은 예전처럼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벗어난 건강수치를 제자리로 돌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항상 연초가 되면 다짐을 한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할 것을 맹세 하지만 1월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만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격이다. 현대인은 달콤한 유혹에 자유롭지 못하다. 휘황찬란한 도심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면 몰라도 지금상태로는 달성하기 힘든 과제임에 틀림없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고 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질병은 게으름을 비집고 들어와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형벌이다. 12월 한달 우리주변을 맴돌고 있는 유혹의 손길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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