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비에는 알코올이 최고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는 건강과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금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먼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서 자전거 길을 달리다 보면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다. 몇몇 노인들만이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길은 뻥 뚫려 있다. 특히, 전날 과음을 한 날은 반드시 자전거를 탄다. 술독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한시간여 달리고 나서 가볍게 샤워를 하고나면 개운하기가 이룰데 없다. 날씨가 풀렸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계절이 온 것이다. 며칠 전부터 배설의 기쁨을 느끼지 못해 머리가 무겁다. 음식에 문제가 있을까. 아니다. 평상시 먹는 음식이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신체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시레기국을 끓여 먹어보아도 마찬가지다. 변비약을 사먹어야 한단 말인가. 병원가기를 싫어하고 약을 먹는 것은 더 싫다. 화장실에 앉아 안간힘을 쏟아 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제는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날이다. 점심때 배변을 보기 위해서 용을 쓰다가 한 방울도 내보내지 못했다. 삼일동안 제대로 된 배변을 못하다 보니 돌무더기를 잔뜩 짊어지고 다니는 느낌이다. 알코올을 폭풍 흡입해볼까. 술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자부하는 주당이 바로 나다. 그래 맛있는 안주에 소맥을 마셔보기로 했다. 알코올은 인류가 발견한 최고의 식품이다. 무색투명한 액체인 알코올은 기분을 좋게 하고 용기를 북돋워 줄뿐만 아니라 실타레처럼 꼬인 일을 술술 풀리게 한다. 그러한 관계로 즐겨 마시지 않을 수 없다. “마시자 마셔버리자.” 요즘 소주는 많이 약해졌다.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도수를 낮추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취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지갑이 얇아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첨가물도 다양한 것 같다. 쓰다는 것보다는 달짝지근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마시는 소주는 국민 술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주막에 가보면 원샷을 외치는 여성들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막에 가보니 이미 상차림이 완성되어 있었다. 족발과 수육이 반반으로 기름기가 자르르 흘렀다. 새우젓도 불그스레하니 맛깔스러웠다. 변비를 퇴치하기 위하여 설사를 유발해야 했다. 일단 기름기가 많은 부분을 안주로 삼아 소맥을 조제하는 족족 마셔버렸다. 배가 두둑이 올라왔다. 방광도 가득하다.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다. 계속하여 먹고 마시고 나니 약간의 취기가 올라왔다. 고기 역시 야들야들하고 꼬들꼬들하여 맛이 좋았다. 한 시간 가량 마신 술병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탁자 밑에 널브러져 있는 술병을 모아 팔면 다시 술 한 병을 살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기분 좋게 마시고 자정이 되기 전에 귀가를 서둘렀다. 다음날, 바로 오늘 아침,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배변을 보고 있으니 통쾌했다. 변비가 바로 치료되는 순간이다. 역시 술은 최고의 명약임이 틀림없다. |
'삶의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른 오징어의 변신 (0) | 2016.03.17 |
---|---|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0) | 2016.02.26 |
서러워도 살아야 한다. (0) | 2016.02.19 |
설 보너스 꼼짝 마라. (0) | 2016.02.03 |
전기를 갉아 먹는 두 여인 (0) | 2016.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