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를 갉아 먹는 두 여인 얼큰하고 시원한 라면을 끓여 먹기 위해서는 마늘과 청양고추가 필요하다. 간 마늘은 냉동고에 보관되어 있다. 물을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빈틈없이 가득한 음식들이 나를 부른다. 젓갈류, 먹다 남은 통닭, 피자쪼가리, 언제 삶아 쟁여 놓았는지 모르는 양배추, 쉰내가 나는 두부, 하지만 먹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너무 오래되어 버릴 것이 더 많았다. 냉동고를 뒤져 보았다. 역시 꽝꽝 얼어버린 먹거리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간 마늘을 찾기 위해 헤집어 보았더니 검은 봉지가 보였다. 열어보니 떡국 떡이었다. 언제 적 떡일까. 제조 연월일을 찾아보았지만 있을리 만무하다. 거슬러 올라가보자. 설 명절이 아니고서는 떡국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아하, 그럼 이 떡이 작년 설에 시골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가. 그렇다. 아뿔싸, 일 년 동안 냉동고 안에서 전기를 갉아 먹은 것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맞벌이를 한다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전기고지서를 들고 와서는 보라한다. “겨울철인데 왜 이렇게 전기요금이 많이 나왔는지 모른다.”고 하는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한 여름에는 에어컨을 가동하여 이해할 수 있지만 겨울철에 이렇게 많은 금액은 상상 할 수 없다.”며 범인을 잡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보세요. 범인은 오래전에 잡았습니다. 여기 앉아 보세요. 지금부터 조목조목 열거 할 테니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하세요.” 첫째, 전기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것이 냉장고다. 하루 24시간 일 년 내내 돌아가는 냉장고는 전기소모량에 있어서 단연 으뜸이다. 필요치 않은 음식을 장시간 쟁여 놓는 것은 십 원짜리 동전을 길가에다 마구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바람구멍 없이 쌓아 놓은 음식은 냉기를 골고루 전달하지 못하여 전기를 더 소모하게 된다. 둘째, 눈만 뜨면 켜 놓은 텔레비전, 이것 역시 전기를 잡아먹는 하마다. 전원을 차단하면 난리가 난다. 보고 있다는 것이다. 부엌에서 음식장만 하느라 거실에 있는 TV를 본다는 것은 고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영상은 안보아도 소리는 듣는다고 반문한다.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전원을 차단해도 벌떡 일어나서 투정을 부린다. 동해물과 백두산이가 외칠 때까지 저절로 떠들고 있는 TV를 볼 때면 울화통이 치민다. 제발 잠자기 전에는 전원을 차단합시다. 셋째, 비데 역시 상시 전원을 켜놓았다. 난 코드를 뽑아 놓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원위치로 돌려놓는다. 바닥이 차갑다는 이유로 뽑지 말란다. 아이들은 전기절약에 대하여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백날 이야기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그것뿐이 아니라 낭비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책상에 스탠드는 노상 켜있다. 각자 방에 들어가면 소등해도 되는 거실 등, 이것 역시 잘 지켜지지 않는다. 드라이기도 소모량이 대단하다. 수건으로 닦고 털어 어느 정도 말린 다음 해도 되는데 요원하다. 난 에너지 절약을 위하여 LED등으로 교체를 했다.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에너지 절약에 관심을 두지 않는 우리 집 여인들은 곤장을 맞아도 시원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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