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십을 앞둔 그녀의 푸념 가을부터 시작된 청첩장이 끊일 줄 모른다. 근거리 아니고는 축의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인사치례를 한다. 축의금 액수도 여간 고민이 아니다. 피로연 음식 값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오만 원 내고 배불리 먹고 나오면 왠지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월급쟁이가 그 이상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얼마가 적정선인지 모르지만 당분간 오만 원을 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결혼식 겸 해서 동창회에 간다며 자랑했다. 시골 여친 중에 제일먼저 딸내미를 시집보낸다고 초정장장을 받은 그녀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결혼식에 가면 당연히 코 흘리게 친구들이 올 것이고 하나 둘 모이다보면 동창회로 발전하여 재밌을 것 같다”며 며칠 전부터 부산을 떨었다. 남보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본능이다. 특히 여인들은 거의 광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롱 속에 있는 옷을 꺼내 거울 속에 비추어 보고 머리를 다듬는 것은 기본이며 화장이 잘되게 하기 위한 마사지는 저녁마다 반복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옷을 만지작거리며 돌고 돌아 비추며 투정을 부리는 모습은 보기 거북하다. 요 모양 요 꼴이 된 것이 남 탓으로 돌리는 그녀는 힐끗 쳐다보며 눈을 흘긴다. 드디어 디데이가 다가 왔다. 아침일 찍 일어난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 나올 줄을 몰랐다. 몸에 먼지 하나라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비누칠을 하고 문질러 닦아 냈다. 공중목욕탕으로 착각 한 것인가. 근 한 시간가량을 화장실에 머물러 있는 바람에 아우성치는 아이들에게 눈총을 받았다. 머리를 보니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린스를 여러 번 한 것 같았다. 피부 역시 빛났다. 화장대 앞에 선 그녀는 드라이를 하느라 엄청난 소음을 일으켰다. 영양크림을 듬뿍 바른 볼에는 광채가 났다. 그 위에 파운데이션으로 색을 잎이니 새색시 같았다. 누가 결혼하는지 착각할 정도로 정성을 들인 그녀는 뾰족구두를 신고 외출했다. 오밤중에 들어온 그녀는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가시나들이 얼마나 자랑이 심하던지 듣기 거북했다.”며 “그동안 난 무엇을 했나 싶어 화도 났다”고 한다. “부러워 할 필요 없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것입니다. 당신 건강하고 예쁘잖아. 그러면 됐지. 뭘 바라나. 그리고 아이들 잘 자라고 우안 없이 여기까지 왔잖아. 지금도 왕성한 사회활동하고 있는 당신이 누구보다도 사랑스럽다”며 불편한 마음을 달래 주었다 여인들은 참으로 샘이 많은 것 같다. 남자들과는 달리 말도 많으면서 자랑질도 엄청나다. 서로 질세라 자랑을 하다보면 믿기 어려운 허풍이 양산되기도 한다. 그리고 온갖 치장으로 광을 내고 허세를 부리는 친구 역시 꼴불견이다. 기분 좋게 만나서 더럽게 헤어지는 것이 동창회라고 한다. 이번 주말 초당 동창회가 있는데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앞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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