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단한 워킹맘의 하루 요즘 가을비가 자주 내린다. 기우제라도 지낸 모양이다. 금년 강우량이 턱 없이 모자라 제한 급수로 불편을 겪고 있는 충청권은 만세라도 부를 판이다. 시내 한복판에서는 물대포를 맞은 시민들이 물과의 한판 싸움을 해야 했다. 가뭄을 생각하면 한 방울이라도 소중한 건데, 허공을 향해 마구 뿌려지는 물이 왜 그렇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까. 가을비 맞은 감나무는 화려했던 잎을 다 버리고 홍시하나 붙들고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워킹맘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기상과 동시에 아이를 깨워 어린이집으로 직행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지각하기 일쑤다. 무거운 몸으로 일과를 마치고는 곧바로 어린이집으로 달려가야 한다. 예기치 못한 일로 퇴근이 지체되면 여간 낭패가 아니다. 남편과 조율이 잘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진땀을 빼야 한다. 물질문명이 발달해 좋긴 하지만 맞벌이부부에겐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어린이집이 많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시어머니나 친정엄마에게 가댈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가까운 곳에 계신 분들이야 걱정이 없지만 시골에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들은 주말마다 막히는 도로에서 진을 빼야 한다. 아이가 아파도 당장 달려 갈 수도 없다. 아이나 부모나 마음고생을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간난아이가 자라서 유치원에 갈 나이가되면 데려와야 한다. 이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움직일 때마다 부모의 손길이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는 것이 없다. 잠자는 아이를 깨우는 것도 맘이 편치 않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에게 억지로 옷을 입혀 밥숟가락을 뜨는 둥 마는 둥 쏜살같이 나가야 한다. 도시 생활에 적응이 안 된 아이는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고 떼를 쓰기라도 하면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어르고 달래 겨우 유치원에 보내놓고 나면 기운이 다 빠진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반복되는 육아와의 싸움은 워킴맘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유치원은 종일반이 없다. 끝나는 대로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짜증나는 일이다. 엄마랑 재밌게 놀아야 할 나이인데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갇혀 있는 것이 싫은 것이다. 저녁에 조금이라도 늦게 갈라치면 주먹으로 마구 때린다. 아이도 아프고 부모도 아픈 현실이다. 인기척만 있어도 우르르 달려 나오는 아이들은 우리엄마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는 풀이 죽어 돌아서는 모습이 여간 측은한 것이 아니다. “아빠 유치원에서 끝나고 곧바로 집에 가면 안 돼?” 어린애들하고 논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고 자유롭게 놀 수 없는 것이 못마땅한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홀로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아이의 주장을 묵살할 수 없었다. 출입문 열쇠를 깎아 목에 걸어주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 했다. 자유롭게 놀다가 목마르면 집에 가서 물마시고 또 뛰어 놀고 너무나 좋아 했다. 노는 것에 빠진 나머지 퇴근 후 집에 가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어둑어둑 해도 집에 오지 않아 찾아 나가보면 문방구 앞에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화도 났지만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해서 나무라지는 않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 챙겨 먹는 습관이 배어 아내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