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은 돈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엄마들의 소중한 일입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해가 쨍하고 떴습니다. 사나흘 내린 비로 전국이 흠뻑 젖었습니다. 몇 개 남지 않은 단풍이 빛나고 있습니다. 하늘도 깨끗하지요. 먼지가 사라진 공기 역시 상큼하기 그지없습니다. 길거리도 말끔하게 청소 되었습니다. 빗물받이에 걸쳐 있던 낙엽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직직했던 처마 역시 거미줄 하나 없습니다. 나무가 흔들릴 정도로 불던 바람도 잔잔합니다. 모처럼 화창한 날, 시선은 자꾸만 먼 곳으로 향합니다. 김장철이 다가왔습니다. 겨울 내내 먹을 반찬으로 김장만큼 좋은 것이 없지요. 조상의 지혜가 엿보이는 김장이야 말로 저장 음식의 대명사지요. 배추김치를 비롯하여 동치미, 총각김치, 파김치 등 김치 종류도 다양합니다. 광에 연탄을 가득 채우고 항아리에 김치가 가득하면 월동준비는 끝나게 되지요. 소싯적 김장철이 다가오면 이웃 아낙들이 함께 하곤 했지요. 먹을 것이 부족했던 그 시절 겨울 반찬으로 김치는 밥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워낙 대식구이다 보니 김치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엄마 혼자는 엄두를 낼 수 없지요. 근엄하신 아버지들은 김치 담그는 일에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배추를 다듬고 절여서 양념을 버무려 완성하기까지 손이 무척 많이 가는 일입니다. 엄마 손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김치는 보약과도 같은 소중한 것입니다. 김장을 하고 나면 구덩이 파서 항아리를 묻었습니다. 이것만큼은 아버지가 했습니다. 볏짚을 이용하여 항아리 뚜껑에 씌움으로써 저장고는 완성됩니다. 무 역시 토굴을 만들어 그곳에 저장 하였습니다. 온도 변화가 없는 땅속에 저장한 김치는 시원하면서 감칠맛을 냈습니다. 동치미는 무와 소금 그리고 고추로 맛을 내는 단순공정이지만 톡 쏘는 맛이 일품이어 겨울철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데 최고였습니다. 고구마를 삶아 김장김치를 쭉쭉 찢어 걸쳐 먹는 맛, 그 맛이 어떤지 잘 아시죠. 돼지고기를 뭉텅하게 썰어 냄비에 넣고 잘 익은 김치 한포기를 포갠 다음 푹 끓여 내면 얼큰하면서 시원한 맛에 밥한 공기는 뚝딱 해치웠지요. 시래기 된장국도 별미지만 김치찌개를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아낙들이 울상입니다. 시골에서 김장하러 오라는 호출을 받고 안 갈 수도 없고, 가자니 중노동에 시달릴 생각하니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옵니다. 명절만큼이나 싫어하는 행사지요. 오고가는 차비로 김치를 사먹고도 남는데, 해마다 반복되는 김장행사가 못마땅하다는 아낙들의 원성이 대단합니다. 시골 엄마들은 김장을 포기 할 수 없습니다. 대대로 이어온 전통이며 많이 담아 아들딸들에게 나누어 주는 재미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비효율적일지 모르지만 엄마들의 일을 빼앗을 순 없는 것입니다. 할일 없이 빈둥대는 노인들 모습 보기 좋지 않지요. 시골 엄마들에 있어서 김장은 한해를 마무리 하는 위대하고 거룩한 행사입니다. 아무리 삶이 각박하고 힘들어도 김장행사에 동참하는 것은 자식 된 도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
'삶의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의 푸념 (0) | 2015.12.14 |
---|---|
고단한 워킹맘의 하루 (0) | 2015.11.18 |
무청의 변신 (0) | 2015.11.05 |
만원의 행복 (0) | 2015.09.17 |
보석엄마 사고 쳤네. (0) | 2015.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