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른 오징어의 변신 처제가 속초여행을 다녀오면서 오징어 한축을 사왔다. 이것을 어떻게 해서 먹을까. 어느 땐가부터 오징어를 먹지 않았다. 아마도 고혈압 판정을 받고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바싹 구워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니 맛이 좋아, 맥주 안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오징어는 누구나 좋아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다. 오징어는 불에 구우면 딱딱해진다. 그것을 오랫동안 씹기를 반복하면 턱이 아프고, 이빨사이에 낀 살점을 제거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렇지만 부드러운 음식이 판을 치는 요즘, 오징어는 치아건강에 좋다고 한다. 약해진 턱 근육을 강화하고 치아를 감싸고 있는 근육역시 좋아져 이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한다. 가슴에 푸른 물결이 춤추고 있을 때 친구 따라 간 선술집이 있었다. 그리 큰 술집은 아니고 아기자기하고 고전미가 넘치는 그런 곳이었다. 종업원도 없고 중년여성 혼자 하는 그야말로 미니 술집이었다. 안주로 오징어가 나왔다. 마른오징어인데 부드러웠다. 마요네즈와 고추장이 소스로 나왔다. 고추장의 매콤함과 마요네즈의 고소함이 더해져 오묘한 맛을 냈다. 오징어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오징어의 참맛에 궁금증이 더했다. 불에 탄 흔적이 없는 것을 보니 구운 것은 아니었다. 요리보고 저리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물어보았다. 미소를 머금고 다가온 그녀는 비밀인데 하면서 머뭇거렸다. 친구와 나는 번갈아 가며 비법을 물어보았다. 우린 단골을 약속한 끝에 오징어 손질법을 전수 받을 수 있었다. 마른오징어를 물에 넣고 잠시 불린다. 물을 팔팔 끓인 다음 그 안에 오징어를 넣고 살짝 데친다. 오징어는 구울 때와 마찬가지로 오그라든다. 돌돌말린 오징어를 꺼내 놓으면 습기는 금방 날아간다. 오징어 껍질은 두꺼운 것과 반대쪽 얇은 것이 있다. 뽀송해졌을 때 껍질을 벗겨 낸다. 손으로 잘게 찢어 접시에 담는다. 다리 역시 지저분한 부분을 잘라내고 가지런히 놓는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내놓으면 환상의 술상이 차려지게 되는 것이다. 한동안 잊었던 비법을 재연해보았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 했다. 부드럽게 씹히는 오징어의 참맛에 매료된 아이들은 저녁만 되면 조른다. 9시 뉴스가 시작되면 작업을 한다. 그런데 오징어를 데치고 남은 물을 보니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국물을 어떻게 이용해볼 수 없을까. 그렇다. 육수로 사용해보는 것이다. 당장 실천에 들어갔다. 돼지고기 약간과 김장김치를 넣고 팔팔 끓였다. 마늘과 생강 그리고 후추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맛을 보니 환상이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딸을 불러 맛을 보게 했다. “아빠, 우리 집에 묵은지가 있었어. 찌게 맛이 색다르네.” 밥한 공기 뚝딱 해치운 딸내미는 내일도 해 달라한다. 나 역시 담근 술을 곁들여 만찬을 즐겼다. 늦게 들어온 아내가 맛을 보더니만 "실력발휘 자주 좀 하시지.” 한다. 자기가 좀 하지. 왕, 짜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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