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말까시 2016. 2. 26. 10:56

 

 

◇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봄이 오는 길목에서 집안 곳곳에 고장 난 것들이 많아 손수 재료를 구입하여 수리를 했다. 그 가짓수가 장난이 아니다. 서비스센터에 맡기었으면 거금이 손아귀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아내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수고비를 갈음 하려는 눈치다. 무엇인가 대가를 받기는 해야 하는데, 오늘은 불금이고 하니 약주나 한잔하자고 꼬셔볼 생각이다.

입주한지 10년이 넘어가는 순간 텔레비전의 화면이 가버렸다. 화장실문손잡이가 말썽을 부려 교체했다. 싱크대 밑에 물이 세어 강력본드로 구멍을 막았다. 샤워기에서도 물이 세서 호수를 교체 했다. 주방 천정에 있는 등이 망가져 통째로 갈았다. 현관의 센서등도 제멋대로 작동하여 새것으로 교체했다. 샤워 부스 유리문에 부착되어 있는 프로파일이 누렇게 변하고 찢어져 바꾸었다. 화장실 환풍기 소음이 너무 커서 기름칠을 해보았지만 여전하여 교체했다.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졸졸 새는 바람에 교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집 제품들은 10년이 지나자 하나씩 고장 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무엇이 고장 날지 장담할 수가 없다. 10년 주기로 이사를 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가 보다.

작년 여름 벽걸이용 에어컨을 분해소지 했다. 바람을 일으키는 날개에 검은 곰팡이가 엄청나게 붙어 있었다. 강력세제로 닦아 내어 돌려보니 소음도 적고 시원한 바람이 소름을 돋게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놀라는 눈치다. 사실 아내는 서비스센터에 맡기라고 했었다. 나를 믿지 못한 나머지 땀을 뻘뻘 흘리며 수리하고 있는 나를 보며 중지할 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아랑곳 하지 않고 분해소지를 완성했다. 시원한 바람이 집안을 맴돌자 엄지손을 치켜들며 “맥가이버가 따로 없네.” 하고는 얼음과자를 선물했다.

세면대와 샤워부수 배수구는 수시로 막힌다. 머리카락이 주범이다. 딸내미와 아내는 머리카락이 상대적으로 길어 거름 막에 걸린다. 때가 엉기어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한다. 세면대 역시 머리카락이 주범이다. 매번 분해하기는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옷걸이를 개조하여 뽑아내고 있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 가장이란 이유로 구역질을 참아가며 제거 할 때마다 짜증이 나곤 한다. 수고로움을 알기나 하는지. 사내로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아 서운함이 없지 않다.

신발장이 뒤틀리어 틈이 벌어졌다. 천장도배지가 금이 갔다. 마감재인 석고보드가 어긋난 것 같다. 거실 바닥은 상처투성이다. 벗겨진 부분이 많아 다시 깔려면 거금이 들어갈 것 같다. 화장실 거울에 검은 점이 점점 커져 간다. 벽에 붙어 있는 타일도 금이 갔다. 그 길이가 점검 길어진다. 주방 환풍기에서 나는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거실 창문손잡이도 흔들리고 있다. 상기 열거 한 것들은 내 손으로 수리를 할 수 없다. 대대적인 인테리어 작업이 있기 전 까지는 그대로 방치 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 10년 주기로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이 정설인가보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다. 연식이 자꾸만 올라가다보니 삐거덕 소리가 난다. 혈압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상승하고, 노안으로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소화력도 떨어져 애를 먹고 있다.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뱃가죽이 출렁인다. 많고 많았던 머리카락도 빠져 나가 속살이 보인다. 이마의 M자가 점점 커져간다. 수리도 안 되고 바꿀 수도 없는 인간은 무엇으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금은보화 보다 배우자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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