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누라 시집보내기 새해가 밝아 온지 어느덧 한 달이 다되어 가는 군요. 우리 고유의 명절 설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새해 계획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는데 할일만 자꾸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연일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로 하는 일마다 진척이 없습니다. 마누라는 설 명절 시댁에 갈 생각하니 머리가 아픈가 봅니다. 달력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을 보니 잔머리를 굴리는 것 같습니다. 시집장가 간다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지요.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리고 나면 바로 신혼여행, 다녀와서 양가 인사가 끝나면 보금자리로 떠나고 말지요. 잘 키워 남에게 준다고 억울해 하는 장모님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남녀 대등한 사회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집안행사에 차별을 두었다가는 대판 싸움이 일어납니다. 오히려 여성파워가 더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년 달력을 체크 하던 아내가 이번 설은 처가를 먼저 가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설날 전에 쉬는 날이 더 많다며 조르더군요. 이제껏 본가를 먼저 갔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설날이 며칠 남지 않은 엊그제 갑자기 시댁을 먼저 가야겠다고 수정을 했습니다. 이유가 뭐냐고 따졌지요. 잘못 봤다는 것입니다. 설 명절 뒤로 이틀이나 쉰다면서 시댁을 들렸다가 처가에서 이틀 밤을 자자고 합디다. 그러자고 했습니다. 어제는 총알이 되어 날아갔습니다. 홈쇼핑으로 주문한 호주산 갈비가 한 박스 도착해 있었습니다. 어이가 없었지만 포장을 뜯어 프라이팬에 구워보았습니다. 맛을 보니 무척이나 질기고 짜더군요. 실망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맛있는 거 하나보지” 마누라가 호들갑을 떨면서 들어오더군요. “한 박스나 되는 것을 언제 다 먹을 라고 이렇게 많이 주문했냐.”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오히려 반기를 들더군요. 성의가 괘씸해서 맛있게 먹기로 했습니다. 호주산 갈비를 구워서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근데, 자기야! 이번 설에 시댁에 가야 하는데 토요일은 그렇고 일요일에 출발하면 안돼.” 요즘 너무 피곤해서 하루는 쉬었다가 가야 몸이 따라 줄 것 같다며 애원을 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러자고 했지요. “역시 나를 위해주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어. 어이 이뻐라.” 아내는 신났습니다. 필자는 결혼하자마자 바로 상경하여 둥지를 틀었습니다. 아내는 시집살이를 하루도 안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명절 때는 반드시 처가와 본가를 다녀왔습니다. 오히려 처가에서 하루 밤을 더 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아내는 본가에서 이틀 밤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시댁은 불편해서 먹는 것도 소화 안 되고 화장실 가는 것도 신통치 않다고 해서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마누라 시집보내기’가 이렇게 어려워서 어찌 산단 말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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