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날 바보로 아는가.

말까시 2016. 3. 4. 17:06

 

◇ 날 바보로 아는가.

“손님 소고기는 살짝 익혀 드셔야 맛있습니다.” 가끔 가는 식당이 있다. 사장과 부인 둘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다. 갈 때마다 반복되는 말에 짜증이 난다. 소고기도 먹어보지 못한 촌놈 취급하는 것 같아 몹시 불쾌했다. ‘그 정돈 나도 압니다.’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름대로 손님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사람을 가려가면서 해야지. 그것이 고급정보인양 반복하는 사장 부인은 손님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손님 의중을 모를까. 내 나이 오십 중반을 넘었는데 소고기도 구울 줄 모르는 바보로 아는 것인가. 손님을 왕처럼 모시는 것을 누가 무어라 하나, 지나치게 간섭하면 오히려 역효과 난다는 것을 왜 모를까. 불판을 갈아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불쑥 나타나서는 대화를 단절하게 만드는 종업원의 행태는 하나를 알고 둘을 모르는 처사다. 타기 전에 즉시 갈아주어 한다고 교육을 받았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외식은 음식만을 먹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나 회사동료 친구들과의 소통의 장이다.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대화의 장이다. 한창 대화가 무르익어 갈 무렵 다가온 종업원은 “더 필요한 것 없습니까.” 하고 물어본다. 고기가 떨어져 가는 것을 보곤 더 주문하라는 말로 들을 수밖에 없다. 고도의 상술이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더 이상 주문이 없으면 빈 그릇을 치워준다며 수시로 오간다. 빨리 가라는 메시지다. 기분 더럽다.

얼마 전 친구모임이 있었다. 해물찜과 낙지요리를 잘 하는 맛집이다. 사전 검증된 집이라 자랑도 할 겸 해서 모임 장소로 잡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물을 마시고 있는데 저쪽이 좋다며 옮길 것을 강요 했다. 이미 자리 잡고 한숨을 돌리고 있는 와중에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 무례는 도대체 어디서 배웠단 말인가. 두 테이블을 꽉 채우지 못한 우리 일행이 자리만 차지한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연포탕 대자를 주문했다. 커다란 낙지 두 마리가 있었다. 조개와 야채가 곁들여 있어 국물이 시원했다. 해물요리는 술안주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음주량이 과해도 다음날 숙취가 별로 없다. 주거니 받거니 마시다 보니 안주가 부족했다. 해물찜 소자를 주문했다. 종업원 얼굴이 일그러지며 한마디 한다. “소자는 얼마 되지 않아 중은 시켜야 합니다.”, “배가 불러 소도 충분합니다.” 돈을 털어갈 생각만 하는 종업원은 중으로 주문할 것을 강요했다. “왜 그리 말이 많습니까. 손님이 주문하면 그대로 가져올 것이지” 옆에 있던 친구가 한마디 하자 물러났다.

사장 입장에서는 매상을 올리는 것이 상당히 중요 하다. 친절교육과 더불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비법에 대하여 집중 교육을 했을 것이다.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상황판단을 해서 적용을 해야지 수학공식화 해서는 오히려 역효과 난다. 요즘 사람들 아무리 맛집이라 해도 기분상한 식당에는 다시는 안 간다.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더군다나 외국인 종업원이 많다보니 소통에도 문제가 많다.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식당 어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