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3번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말까시 2015. 12. 21. 13:43

 

◇ 3번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이 내렸습니다. 겨울을 상징하는 눈은 언제 보아도 나쁘지 않습니다. 조금 내리다가 비로 바뀌어 아쉬웠습니다. 눈 같은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추위다운 추위가 오지 않았나 봅니다. 영상을 오르내리는 날씨 덕에 눈이 왔다하면 바로 녹지요. 눈을 치우는 광경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녹아 질척이기도 하고 때론 미끄럽기도 하지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력을 지닌 것 같습니다.

아내가 마트를 가기 전에 꼭 물어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제일먼저 아들 방에 들어가 주문을 받습니다. 다음에 딸내미를 불러내서 무엇이 필요한가 물어봅니다. 그리고는 현관문을 열고 사라집니다. 명색이 가장인 나에게는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막걸리 한통 사오라”고 문자를 날립니다. 그러나 그냥 옵니다. 따져 물어 보았지만 깜박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건강에도 좋지 않은 술을 무엇 하러 마시냐며 합리화를 시킵니다.

밥상머리에 앉았습니다. 고등어찜을 했습니다. 아들 앞에는 커다란 몸통을 접시에 담아 주더군요. 다른 하나는 딸내미에게 주며 남기지 말라고 합니다. 나를 보더니 “자기는 머리를 좋아하지. 아가미 위로 살이 많으니 잘 발라 먹으라”고하며 선심을 쓰는 척 합니다. 머리를 아무리 잘 발라먹어도 살점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어두육미”란 말이 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속이 상했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있습니다. 큰놈은 취업준비하고 작은 놈은 수능이 끝나서 특별히 할일이 없습니다. 간단한 청소나 설거지, 쓰레기 버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인데도 시키지도 않습니다. 나는 봉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면 “잠깐잠깐” 하면서 쏜살 같이 달려와서 쓰레기를 안겨 줍니다. 아침밥도 챙겨주지 않으면서 쓰레기를 버리라고 하는 아내는 염치가 미젠가 봅니다.

고기를 구을 때도 먹기만 하는 아내가 얄밉습니다. “고기 굽는 거는 자기가 전문이지” 그러면서 잘 구어진고기를 상추에 싸서 아들을 챙깁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나에게 넘겨지는 것은 계산서뿐입니다.

아버지는 밥이 있어도 손수 챙겨 먹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안방에 들어오는 순간 필요한 것들은 엄마나 자식들에게 명령하여 해결 했습니다. “재떨이 가져와라. 물 떠와라. 베게 내려라.” 아버지의 명령에 거역할 식구는 없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여기고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엄마와 언성이 높은 때도 있었지만 다툼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습니다. 엄마나 자식들 모두 감히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겠지요. 아버지의 절대 권력은 가정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여성상위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버지의 시대로 회기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빠의 자존심을 뭉개지 말라는 것입니다. 애완견보다도 못한 아빠의 순위를 보고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아빠의 권위가 추락했다고는 하나 가족구성원 중에 말번으로 취급당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또한 받아들일 수도 없습니다. 수직적 사고는 사라지고 수평적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대등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스스럼없는 대화가 이어져 화기애애한 가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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