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위험한 전세

말까시 2015. 10. 27. 15:46

 

 

◇ 위험한 전세

 

신혼살림을 차렸던 반 지하는 결로현상과 곰팡이로 애를 먹었다. 옆집은 벽지가 새카맣게 변하기도 했다. 주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한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신축다가구는 한마디로 날림 공사였다. 주인은 돈 한 푼 안들이고 공사를 한 것이다. 전세금은 고스란히 건축업자에 들어갔다. 주인할머니는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업자들의 농간에 겉은 번지르르 속은 대충 그렇게 준공되었던 것이다.

 

만기가 되었지만 더 이상살고 싶지 않았다. 집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돌아가고 말았다. 입주 초기 결로현상으로 훼손된 벽지가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일부분을 자비로 도배를 해야 했다. 새로 들어오는 분에게는 미안 했지만 이사를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날짜 역시 세입자가 원하는 날에 토를 달수가 없었다.

 

아내는 작은 평일지라도 아파트를 원했다. 아파트촌을 뒤진 끝에 오래된 주공 15평이 눈에 들어왔다. 계약을 하고자 나타난 집주인은 임대로 들어가 소유권이 없는 여자 분이었다. 가격이 저렴하여 마음에 끌렸지만 왠지 불안했다. 소유권은 주택공사에 있었고 입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재 임대를 한 것이다. 재 임대는 엄연히 불법인데, 부동산에서는 다들 그렇게 한다며 걱정 말라 한다. 시일이 촉박하기도 하여 계약을 하고 말았다.

 

일단 반 지하에서 탈피 한다는 것에 만족했다. 덜컹 계약을 하고 나서 살펴보니 어머님 회갑일과 겹쳤다. 이일을 어찌 한단 말인가. 계약을 파기 할 수도 없고 일단 밀고 나가기로 했다.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아도 즉답을 피한 채 방문을 원했다. 불안감을 않고 아내와 달려갔다.

 

부동산에는 건장한 남자와 계약을 한 여자 분이 앉아 있었다. 남자에 비해 여자 분은 뭔가 쫒기 듯 불안해했다. 우리가 계약하기 전에 우리 집과 같은 주소지로 다녀간 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시간차이로 다녀 갈 수가 있단 말인가. 뭔가 있지 않나 여자의 직감이란 것이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는 커져만 갔다. 나는 신분증과 사원증을 보여주며 무엇이 문제냐고 따져 물었다. 신축다가구로 입주 시점이 비슷하여 다들 집을 보러 다닌 것이지 작당을 하고 계약한 것이 아니라며 안심을 시켰다.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임대아파트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자 분은 남편 몰래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세금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법인줄 알면서 부동산 업자는 알선하고 책임을 진다했지만 일이 잘못되면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늘 불안했던 것이다. 세입자를 선택해도 신중을 기하고 기했는데 요번만큼은 의심이 가시질 않아 남편한테 이실직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오히려 임차인이 불안해야 할 것이 반대가 된 격이다. 혹여 주공에서 나오면 여차여차 해서 돌려보내라 당부를 했지만 이사 가는 날까지 누구도 조사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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