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입자의 설움 요즘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내 집을 찾기 위해 몇날 며칠 발품을 팔아도 맘에 드는 보금자리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실, 서민들에게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 쉬었던 때는 한 번도 없다. 땅덩어리가 좁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빚어진 일로,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다. 전세 찾아 삼만리란 말도 들린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다 보니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근접했다. 다리를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보금자리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앞두고 그녀와 함께 집을 찾아 다녔다. 서울은 포기하고 수도권을 돌아 다녔다. 전세 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수중에는 전세 값의 반에서 반도 없었다. 난감했다. 그녀는 방두 칸에 거실이 있는 집을 원했다. 이일을 어찌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고 사정을 해볼까. 빈손으로 상경하여 쓰지 않고 모은 돈이었지만 너무나 초라했다. 이집 저집 기웃거리다 보니 서울에서 점점 멀어졌다. 복덕방 아저씨는 신축하는 다가구로 안내 했다. 골조 공사는 끝나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시가스도 들어와 난방비가 저렴하다며 계약할 것을 종용했다. 반 지하를 포함하여 4층짜리 집이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그녀를 잡아끌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녀가 원하는 방 두 칸에 거실 겸 부엌으로 구획된 구조였다. 금액을 물어보니 많이 모자랐다. 포기하고 다른데로 가자고 했다. 그녀는 골똘히 생각하더니만 자기가 보태준다며 계약하자고 했다. 입주일이 다가와 가보니 아직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았다. 공사가 마무리가 되려면 좀 더 있어야 했다. 결혼식 전에 세간을 들여놓아야 하는데 정말 짜증이 났다. 이제 와서 계약을 포기 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 벽지가 마르지도 않은 방에 살림살이를 하나씩 들여 놓았다. 도시가스공사가 지연되어 프로판가스를 임시로 사용했다. 집주인은 설치비도 나 몰라라 했다. 갑의 횡포가 시작된 것이다. 집주인은 실향민이다. 남편은 없고 홀로 사는 할머니다. 북에서 내려와 온갖 고난을 겪어가며 모은 돈으로 헌집을 헐고 다가구로 신축했던 것이다. 사는 내내 잔소리는 이루 말 할 수 없었고 고장 난 것 하나 고쳐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른 새벽에 일어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잔소리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만 하십시오” 입안에 맴돌았지만 세입자인 을의 입장에서 뱉어서는 안 될 말이었다. 할머니는 노망이 들었는지 괜한 것도 트집을 잡아 괴롭혔다. 더 이상 반 지하 거지같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상의 하여 15평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마귀 할망구는 이사 후에도 몇 번을 전화해서 문고리 등 고장 난 수리비를 달라 했다. 살다보면 자연적으로 고장 날 수 있는 것인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귀찮기도 하거니와 마귀 할멈목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말도 안 된다는 그녀를 설득해 수리비를 보내주었다. 신혼 초 주인을 잘못만나는 바람에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참고 살아야 하는 세입자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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