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연탄불에 꼼장어

말까시 2014. 1. 9. 10:23

 

 

◇ 연탄불에 꼼장어가 생각나는 날

 

 

 

 

호호호!!!손이 곱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 아닌가 싶다. 가장 얇은 귓바퀴는 그대로 노출되어 떨어질 것만 같다. 매서운 칼바람은 빈틈을 비집고 속살을 파고든다. 종종 걸음을 하는 사람들은 반 꼽추처럼 바짝 움츠려 들었다. 젊은 처자들의 롱부츠는 무릎까지 치고 올라왔다. 개선장군처럼 힘찬 발걸음은 씩씩함이 넘쳐흐른다. 냉기를 먹음은 칼바람에 둘러멘 목도리는 눈만 내놓고 다 가렸다.

 

뜨거운 국물이 생각나는 날이다. 매서운 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너도나도 두툼한 방한복으로 둥글둥글 굴러다니는 것 같다. 하늘은 맑지만 냉기는 좀처럼 사그라질 줄 모른다. 태양이 내리쬐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손을 드러낼 수가 없다. 빨리 저녁이 기다려진다. 냉기를 이기기 가장 좋은 것은 한 잔의 술만한 것이 없다. 팔팔 끓는 동탯국 한 그릇이면 거뜬히 술 한 병을 비울수가 있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거리를 거닐다가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포장마차에 들러 오뎅국물을 마시는 것이다. 대낮에 술을 할 수 없는 노릇,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마시면 추위가 온대간데 없다. 노릇노릇 잘 익은 튀김을 덧붙인다면 허기까지 면한다. 떡볶이도 있지만 입가에 묻어나는 고추장 때문에 어른들이 먹기에는 좀 그렇다. 이 추위가 먹을거리 상인들에게는 효자가 아닐 수 없다. 옛날에 등 따시고 배부르면 부러울 것이 없다고 했다. 오늘 저녁 먹자골목에는 주당들로 넘쳐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 시골산골에는 술안주 할 만한 것이 없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벼를 베고 난 논에 나가 미꾸라지를 잡곤 했다. 가을부터 잡아대게 시작해서 겨울이 되면 거의 사라지고 없다. 동네에서 멀리 나가야 몇 마리 잡을 수가 있다. 고추장을 풀고 시래기를 넣고 한소끔 끓여 내놓으면 술안주로 제격이다. 소주 대병을 갖다 놓고 마시다보면 일순간에 비워진다. 그 당시 소주는 지금소주와는 다르다. 도수가 높아 금방 취한다. 네댓 명이 마시다가 취하면 온 동네가 시끄러워진다. 아버지들은 주사가 보통이 아니었다. 술만 드시면 주정을 하는 바람에 피신을 하는 집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그렇게 술을 좋아 하시던 어른들은 일찍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시골산골에서 겨울 보양식을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돈 주고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농사지어 돈을 만들어 봤자 아이들 학비로 일순간에 동이 난다. 비료와 농약대금을 지불하고 나면 적자다. 궁핍한 생활에 보약을 먹는 다는 것은 사치다.

 

삼시세끼 굶지 않고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 보양식을 찾아 산으로 올라간다. 눈이 녹아내려 골짜기에는 제법 물이 흐른다. 장화를 신고 들어가 바위를 들쳐보면 빨간 개구리가 겨울잠에 빠져 미동도 하지 않는다. 주전자에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골짜기를 훑어 올라가 잡다보면 주전자 가득 찬다. 속이 깨끗하여 손질할 필요도 없다. 그대로 장작불에 구워먹기도 하고 밀가루를 발라 튀겨먹기도 했다. 뒷다리만을 잘라 매운탕을 끓이면 술안주로 최고 중에 으뜸이다. 지금은 법으로 금지하여 포획할 수가 없다.

 

술과 안주 최고의 궁합은 뭐니 뭐니 해도 육 고기가 해산물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 추운 날 연탄불에 두툼한 꼼장어를 올려놓고 굵은 소금 한줌 뿌려 노릇노릇 구워내면 쫄깃하고 고소함에 저절로 술잔에 손이 간다. 오늘 저녁 꼼장어 구이에 한잔 하고 싶은데 구수한 수다에 능통하고 술에 일가견이 있는 분 누구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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