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 술(酒) 너는 알고 있지?

말까시 2010. 12. 13. 16:16

 

◇ 술(酒) 너는 알고 있지?

 

연일 술독에 빠져 허우적대느라 대한민국 성인들은 속이 쓰리고 아플 것이다.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여러 모임에 불려 다니다 보면 과음을 피할 길이 없다. 아침이면 푸석한 얼굴로 오전 내내 문서를 만들어 보지만 오타 투성이다. 고치고 또 고쳐보지만 한번 흐트러진 마음은 계속하여 생전 보지도 못한 문장을 만들어 낸다. 점심, 해장국에 반주 한잔하기로 했지만 한 병을 다 비우고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또 기다리는 것이 주당들의 습성이다.

 

해가 서산마루에 걸쳐 있을 때 대부분의 주당들은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그동안 들어온 메시지를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확인해보고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어디로 가야만이 재미나는 술판이 벌어질 것인가. 명석한 두뇌는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아 명령을 내린다. 허드레지게 내려앉는 불빛에 상기된 얼굴에서는 미소를 감추느라 구겨진 근육을 마구 움직인다. 콧노래를 부르며 도착한 그곳에서는 이미 술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가득 찬 연기와 수증기를 마시자 현기증이 밀려온다. 어지럼증에 쓰러져 비집고 들어간 자리에는 어여삐 예쁜 여인이 방글방글 웃으며 반겨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크나큰 덕을 쌓은 결과가 오늘 이렇게 황홀감에 젖도록 만들어 준 것에 대하여 감사라는 말을 연신 뇌까린다. 한 점 집어주는 고기는 어찌 그리 고소한가. 힘줄이 살아 있는 육우였지만 그 맛만큼은 한우를 능가 한다. 오늘 가정을 버려도 되는 것인가. 혼란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이 얼마 만에 보는 얼굴들인가. 너무나 반가워 얼굴을 부비고 싶었지만 여인이 아닌가. 섣불리 들이 밀었다가는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느낌에 따라 철장에 끌려가는 것은 일순간이다. 생각을 지우고 맛깔 나는 안주에 한잔두잔 더하다 보니 흔들리는 몸을 주체할 길이 없다. 쏟아지는 눈총에 자리를 옮겨 흐르는 물방울로 얼굴을 문지르고는 정신을 차려보지만 눈동자는 점점 초점을 잃어간다.

 

삼천만이 거쳐 가는 노래방은 아오지탄광보다 더 열악한 노동의 현장이다. 노래 한 곡하는 순간마다 뿜어져 나오는 알코올과 소화액은 좁은 공간을 독가스로 채워 개처럼 숨을 헐떡이게 한다. 아무렇게나 흔들어 대는 춤은 지리산 천황봉을 오르내리는 에너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한곡 부르고 나면 목이 타서 아무 컵이나 들고 들어붓는다. 빨․주․노․초 입술 자욱이 무수히 박힌 맥주 컵을 경매에 내놓는다면 주당들이 엄청나게 밀려와 응찰할 것이다.

 

동이 틀 무렵 전신주에 쉬를 하고 흐느적거리며 다가간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 그릇을 후딱 비우고 나면 기진맥진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술을 마시지 않고 밤새 놀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아마도 이봉주보다 더 훌륭한 마라톤선수로 명성이 나 있었을 것이다. 알코올에 힘입어 몸부림친 육신은 서서히 기운이 빠져 나가 결국 병원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아침에 죽었다가 저녁에 살아 또다시 나부끼는 술 인생, 언제까지 해야 만이 직성이 풀릴 것인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어려운 명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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