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미소가 사라진 딸

말까시 2011. 1. 5. 15:34

 

 

미소가 사라진 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딸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무엇인가 고민을 하는 듯 아침식사를 하는 내내 눈동자는 고정되어 있다. 밥을 먹는 듯 마는 듯 일어나서는 반찬이 부실하다고 투정을 부리며 사라진다. 내버려 두면 좋으련만 아내는 호강에 지친소리 하지 말라고 톡 쏘아붙인다. 분위기가 이상해지면서 싸늘한 공기가 집안 가득 퍼져나간다. 작은 놈도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사라진다.

 

딸내미는 봄이 되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 대학입시에 대하여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학원도 다니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실력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짜증을 부린다. “아빠 내 실력 같고 서울에 있는 대학 갈 수 있을까.” 공부를 하면서도 대학진학에 대한 생각을 너무나 지나치게 하는 것 같다. “걱정할 것 없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에 있는 대학 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어깨를 다독이며 용기를 불어 넣어 주지만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항상 불안한 마음이 주변을 맴돌면서 괴롭히는 것 같다. 학교를 가기 위해 나서는 딸에게 “좋은 하루되어라.” 하면 “절대 그런 일 없네.”라고 되받아치며 문을 쾅 닫고 나간다. 신경이 예민하여 말을 붙이기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피곤하고 지쳐 있는 것 같다.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고 불쌍하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 같다. 쑥쑥 커가는 아이들 앞에서 부모는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학원을 다니다가 얼마 전까지 과외를 했다. 과외보다 학원이 더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지만 굳이 우기며 과외를 했었다. 집으로 찾아오는 과외가 오고가는 시간절약에 좋은 점도 있지만 공부하는 환경은 학원보다 못하다.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강사에게 강의를 듣는다 해도 실력은 오르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에 공부하는 학원과 들쑥날쑥 시간이 변하는 과외와 집중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결국 한 달하고 과외를 끊었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다. 부모는 늘 상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주문을 하지만 아이들은 따라 주지 않는다. 자그마한 일에도 의견이 상충되어 다툼이 일어난다. 우리도 그랬다. 옳은 길로의 안내를 위하여 뒷바라지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지만 너무나 강요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일이 좀 그릇됐다할지라도 일단은 아낌없이 밀어주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다.

 

오직 한 가지를 위하여 전 국민이 올인 하는 지금의 교육 제도 하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답습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천에서 용 난다.’ 자주 인용하는 속담이다. 물길을 막아 이제 개천에는 물이 없다. 물 좋은 곳으로 찾아가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문제를 풀어보려고 머리를 맞대고 부산하게 움직여 보지만 아직도 요원하다. 주어진 제도를 부정하여 투정해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 남보다 더 열심히 더 좋은 방법으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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