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운전면허도 국가고시다.

말까시 2018. 11. 9. 08:54

◇ 운전면허도 국가고시다.

 

공주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무슨 일일까. 물어볼까 하다가 관뒀다. 저녁밥상이 차려졌다. “야들아 저녁 먹어” 아내의 우렁찬 소리에 공주와 아들이 나왔다. 아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폭풍 흡입 채 5분도 안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반면 공주는 밥알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넣고는 한참, 또 한 알을 넣고는 고개를 갸웃뚱한다.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먼일이야. 고민 있어” 깜짝 놀란 공주는 입안에 있던 밥알을 우지직 씹어 삼켰다. “아빠, 있잖아. 오늘 기능 연습을 했는데, 잘 안 돼.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핀잔받았고, 회전시 운전대를 얼마나 돌려야 할지 감이 안 와. T 코스는 아무것도 안 보여. 등줄기에 얼마나 땀이 나는지 나 포기할까 보다.” 공주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를 반복하자 아내가 버럭 화를 낸다. “한 번에 되면 누가 걱정하니. 포기하면 죽는다. 돈이 얼만데” 경고 메시지를 날린 아내는 이마에 내천자를 그었다.

 

“걱정하지 마. 다들 그렇게 욕먹어 가면서 따는 거야. 반복하여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이드미러가 보일 거야. 그때가 비로소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야. 첫 숟갈에 배부를 수 없잖아. 너 취준생일 때 공부가 잘 안된다고 투정 많이 했잖아. 참고 이겨낸 덕에 이젠 해방되었잖아. 강사가 가르쳐 주는 대로 정신 바짝 차리고 연습해봐. 그리고 공식대로 하는 것도 좋은데 앞뒤 좌우를 보면서 차의 방향과 나의 조작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면서 하면 보다 쉽게 운전을 배울 수 있을 것이야. 엄마 아빠도 손에 땀을 쥐고 연습한 끝에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었던 것이야. 자, 파이팅 하자.” 공주의 손을 들고 파이팅을 외쳤다.

 

요즘 운전면허 시험이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필기시험이야 누구나 쉽게 합격할 수 있으나 기능 시험은 코스와 도로 주행까지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탈락할 때마다 실망한 나머지 포기를 넘보기도 한다. 강사 또한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야 하지만 툭하고 던지는 말들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안겨주는 것 같다. 울 집 공주 역시 강사의 말에 기분이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불친절은 아닌 것 같은데 던지는 말마다 받아들이기에 거부감이 없지 않아 “이일을 왜 하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 여러 번이라 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 구실을 하기까지 참으로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집집마다 대여섯은 기본이다.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밥 먹는 것도 경쟁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배를 채울 수가 없다. 어린이집도 없고 유치원도 없었다. 엄마 아빠는 일에 찌들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일터로 나가면 동생은 형이나 누나가 돌봐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방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다 치쳐 잠이 들고 배고프면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입에 넣어 허기를 면하곤 했다.

 

물질문명이 발달하여 풍족하다고는 하나 아이들 생각은 하우스 채소처럼 가냘프다. 무엇 하나 돌봐주지 않으면 스스로 하는 것이 별로 없다. 경로효친 사상도 없어진지 오래다. 오히려 아이들이 상전이다. 있는 밥도 챙겨 먹지 않는다. 오직 달달한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배달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택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배달된다. 박스를 버리는데 지쳐 화를 내보지만 소용이 없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삶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보야! 걔들 인생 우리 잣대로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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