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김치와 깍두기

말까시 2018. 8. 27. 09:49

◇ 김치와 깍두기

 

한국인의 밥상에 김치는 빠지려야 빠질 수 없는 바늘과 실 같은 존재다. 달달한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양념이야 대동소이하지만 김치의 종류는 그 가짓수가 셀 수 없이 많다. 반면 깍두기는 무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오이로도 비슷하게 만들어 먹지만 오이 겉절이라고 하지 깍두기라고 하진 않는다. 김치와 깍두기에 얽힌 이야기는 심심찮게 언론의 소재거리가 되어 회자되기도 한다.

 

한국 음식 중에 탕 종류가 많다. 설렁탕, 도가니탕, 우거지탕, 감자탕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해장국 역시 탕 종류라 할 수 있다. 탕 종류는 하나같이 국물 맛이 시원하고 담백하여 주당들이 가장 즐겨 찾는 음식이다. 음주 후 다음날 해장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탕에 깍두기는 필수다. 깍두기 국물을 첨가한 국물은 매콤함까지 더해 혼미한 정신을 일깨우고 초점 잃은 눈동자를 바로 세운다.

 

아내와 난 해장국을 즐긴다. 콩나물 해장국도 좋지만 우거지와 선지가 들어 있는 해장국을 선호한다. 술을 마시 않았어도 입안이 껄끄러울 때가 있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다. 아내를 부른다. 맹물파지만 해장국을 마다하지 않는 아내는 친구가 되어 따라나선다. 머리가 커진 아이들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제, 아내와 함께 불암산 아래 해장국집에 갔었다. 내용물이야 우거지에 소갈비 한 덩어리지만 국물 맛은 끝내준다. 가격도 저렴하여 가성비 치곤 이만 한 곳이 없다. 김치도 맛깔나다. 항아리에 담아내는 김치와 깍두기는 해장국의 맛을 한층 더해준다.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기도 한다. 어제 역시 손님이 많아 잠시 줄을 섰지만 대만족하고 이쑤시개를 깊숙이 쑤셨다.

 

김이 모락 피어 올라오는 선지해장국이 나왔다. 침이 꼴까닥 넘어간다. 항아리에서 김치와 깍두기를 먹을 만큼만 접시에 담았다. 국물을 떠먹어 보았다. 목이 뻥 뚫린다. 구수함과 시원함이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잘게 썬 청양고추를 집어넣고 다시 맛을 보았다. 매콤함이 입안 가득 행복감이 넘쳐흘렀다.

 

깍두기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다시 항아리에서 꺼내 담아냈다. 깍두기 도둑을 잡아야 했다. 유심이 살펴보았다. 테이블에는 아내와 나밖에 없다. 혹시 길고양이가 침투하여 훔쳐 갔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내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밥 한술 떠서 깍두기 하나를 올려 입안에 넣고는 오도독 소리를 내며 먹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 해장국은 저렇게 먹는 것이구나' 깍두기 도둑은 아내였다.

 

“자기는 김치가 좋아 깍두기가 좋아” 아내는 별걸 다 물어보냐는 듯 어이없어 했다. “김치도 좋지만 해장국에는 깍두기가 낫지 않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척 궁금했는지 깍두기를 씹다 만 아내는 “아니, 그럼 당신은 뭐가 좋아” 무슨 답이 나올지 귀를 쫑긋하고는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주시한다. “난, 자기가 좋아” 피식 웃어 보이던 아내는 황당한 나머지 왼쪽 입을 살짝 벌려 강한 바람을 내뿜고는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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