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 후 첫 행운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바람에 움츠린 육신은 만사가 귀찮다. 제법 흩날리는 눈발 덕에 겨울이 주는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좀 미끄럽긴 해도 겨울의 상징 눈이 없다면 여간 삭막한 것이 아니다. 거실창에 비추어지는 구릉산도 하얗고 뒤 돌아 저 멀리 북한산도 그 빛이 희다. 만물이 잠들어 있는 겨울, 갈매만큼은 역동적이다.
어언 갈매에 입성한지 두 달이 되어 간다. 하자도 정리되어 가고 집안 꾸미는 것도 대충 마무리 했다. 이제는 보금자리가 주는 선물을 듬뿍 않을 차례다. 넉넉한 거실에서의 시간만큼은 여유가 만만하다. 주방 역시 널찍하여 음식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다용도실은 자연냉장고다. 야채 과일은 굳이 냉장고에 넣어 두지 않아도 된다. 술 창고 역할도 톡톡히 한다. 작은 선반 하나 만들어 마늘 양파를 걸어 놓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울 아들이 생에 첫 돈을 벌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마트가 아니라 구리시에서 하는 대학생 시정체험단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22일 열심히 근무하면 백 만원 좀 넘은 돈을 검어 죌 수 있다. 이사 오기 전에도 의례히 신청했지만 번번이 탈락했었다.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카톡으로 축하 메시지를 날렸다. 아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합격했다”며 크게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다.
이런 경사에 축하 파티를 하지 않는다면 가득이나 가족이 모일기회가 많지 않은데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이다. 단톡으로 저녁회식을 알렸다. 가장 먼저 아들이 엄치 척을 했다. 아내역시 흔쾌히 동의 한다. 하지만 공주는 혼자 먹겠다고 한다. 평안하지 못한 딸의 심정을 모를 리 없지만 함께 하는 모습 보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지만 강요하진 않았다.
갈매 번화가를 향해 집을 나섰다. 눈이 내려 바닥이 몹시 미끄러웠다. 사람왕래가 적은 곳은 눈이 쌓인 그대로 하얀 빛을 발산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듬성듬성 사람들이 보인다. 찬바람이 들어 올 세라 빈틈없이 동여 맨 육체는 그냥 검은 물체들이 움직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시내로 접어들수록 제법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 했다. 빈 상가도 있었지만 건물 꼭대기까지 불을 밝혀 활성화 된 건물도 있었다. 워낙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바람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기쁜 날 만찬에 고기 말고는 다른 음식이 또 있을까. 아이들도 해산물보다는 육고기를 좋아 한다. 미리 검색해 머리에 저장해 놓은 ‘화통집’ 가는 길을 출력하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도착했다. 홀 안에는 몇몇 분이 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고 있었다. 구수한 냄새는 코끝을 자극했다. 금세 시장기를 느끼게 한다.
“알바할 생각하니 기분이 어떠니” 맛있게 고기를 먹고 있는 아들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다. “아빠 며칠 다녀보고 맘에 안 들면 구만 둘게” 이런 된장, 세상 물적 몰라도 한참을 모르고 있는 철부지 아들이었다. 알바 중에서 으뜸 중에 으뜸인 것을 모르고 약한 모습을 보인 아들이 가여웠다. 힘든 일 없이 좋은 경험할 수 있는 알바인만큼 하루도 빠지지말고 성실히 임하라고 단속을 했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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