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한 전세
마귀의 소굴, 평양 할매집을 탈출하기 위해 새집을 구해야 했다. 부동산에 내놓기가 무섭게 세입자가 찾아 들었다. 내가 외출하고 없을 때 세입자와 이사 날을 정한 아내는 실수를 했다. 그날이 엄마 회갑잔치가 있는 날인 것을 간과 한 것이다. 이사하는 날 우린 엄마 회갑잔치를 위해 시골에 있어야 한다. 이일을 어쩌나, 물릴 수도 없는 일, 둘째 처제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 달여 여유가 있었지만 새집을 구하는 것이 시급했다. 부동산을 방문해보니 많이 올라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금액으론 어림도 없었다. 주택은 절대 안 된다는 아내는 아파트촌을 뒤지기 시작했다. 주공에서 지은 가장 작은 집 15평 아파트라 할지라도 전세금이 곱절이나 비쌌다. 한숨이 나왔다. 집을 구경하고 나온 아내는 계약을 하자고 한다. "어떻게든 융통하면 되겠지, 안될께 뭐 있어" 아내는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부동산에 앉아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소유권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등기소 방문이 번거로워 생략했던 것이다. 부동산 사장은 “아시다시피 15평은 임대 아파트이고 소유는 주공입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 말라며 도장을 찍으라는 사장은 머뭇거리는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사실 임대 아파트를 재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사 날짜가 촉박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계약서에 날인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총각 때부터 지하방으로 전전하다가 신혼집 역시 반지하, 집을 구해 계약을 하고 이사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이번 이사는 우리가 없는 사이 처제가 도맡아 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계약한 다음날 집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상한 점이 있다며 만나자는 것이다. 무엇이 이상한 것일까. 계약이 파기되면 다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내와 난 불안감을 않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주인 여자와 남자가 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남편이라며 소개를 해주었다.
계약을 한 후 주소를 살펴보니 우리와 같은 주소로 어떤 분이 집을 보고 갔었다는 것이다. 시차를 두고 같은 주소지에서 찾아온 세입자,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는 것이다. 임대 주택을 재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란 것을 잘 알고 있는 아주머니는 고민에 휩싸였던 것이다. 알고 보니 남편 몰래 임대 아파트를 잡아 세를 놓고 있었던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지 모르는 일, 불안감이 엄습하자 남편에게 이실직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내가 들어가 살집인데 무슨 신고를 합니까. 불안은 제가 더하면 더했지, 어찌 아주머니가 더하겠습니까.” 난 신분증을 보여주고 사증까지 보여주며 걱정 말라 했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고 이사를 하여 살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층간 소음이 장난이 아니라며 수시로 올라와 시비를 걸었다. 아이도 없는데 무슨 층간 소음이냐며 항변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쿵쿵 소리에 미치겠다며 뒷발 금치를 들고 다니라 한다. 더럽고 치사해서 또 이사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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