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새식사가 된 장모님

말까시 2017. 4. 13. 11:16

◇ 새색시가 된 장모님

 

찬바람이 몰아치는 작년 겨울에 멀고 먼 남쪽나라에서 아픈 다리를 고치기 위해 상경한 장모님은 수술을 통하여 인공관절을 삽입했다. 그 후 꾸준한 재활치료를 한 덕에 절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얼굴 피부 역시 백옥처럼 하에 졌다. 꾸준히 운동한 결과 몸무게가 7kg이나 빠져 아가씨 허리처럼 호리호리 해졌다. 어언 5개월여 서울에 머물러 있다 보니 고향이 그립다고 한다. 다음 주면 귀향하는 장모님은 새색시가 다 되었다.

 

장모님은 수술을 마치고 퇴원하여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운동하는 것도 거르지 않고 실천했다. 딸 집을 오가며 부담을 나누었다. 가끔은 외식을 하기도 했다. 다리가 아픈 장모님은 몸무게가 불어나는 것을 걱정한 나머지 뭐 하나 마음대로 먹지를 못한다. 무릎관절에 치명적인 것은 짓누르는 무게이기 때문이다. 다른 쪽 무릎도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음식에 무척 신경을 쓴다.

 

처가는 장인과 처남이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 남자 둘이 살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식사와 빨래하는 것이 남자로서 익숙지 않다. 세탁기와 전기밥솥이 있다 해도 반찬은 스스로 만들어 먹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장모님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지만 치료가 우선이라 어쩔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직접적으로 내려오라는 내색을 하지 않는 장인어른은 내심 편치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작년 12월 수술을 마치고 고생을 많이 했다. 생살을 째서 그 안에 인공관절을 삽입했으니 얼마나 아프겠는가. 깁스를 하고 누워 있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통증이 주기적으로 공격을 하니 사는 것이 고통이라고 한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소변을 해결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 옆에 간호하는 딸들도 고생은 마찬가지겠지만 장모님의 고통만 하겠는가. 번갈아 간호를 한 딸들이 워낙 마음이 착해 투정 부리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저번 주말부터 큰딸인 아내와 같이 있고 싶다는 장모님 의견을 존중하여 모셔왔다. 그동안 넷째 처제 집에 머물면서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다. 간간이 방문하여 문안 인사드렸지만 딱히 해준 것이 없어 미안했다. 처제에게도 미안한 감 없지 않아 늘 편치 않은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가 있는 것처럼 불편했다. 무엇으로 장모님을 즐겁게 해줄 것인가. 멀리 갈 수도 없는 노릇,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 어제는 퇴근길에 족발과 홍어무침을 사들고 귀가했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내심 즐거웠다. 맛있다는 말을 연거푸 하면서 그동안 간호에 전념해준 딸들과 사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이번 주말이면 고향으로 돌아간다. 다른 쪽 무릎 수술은 고향에서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의술이 좋은 서울에서 하는 것이 좋지 않냐고 했지만 딸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마다한다. 또한 시골 병원에서 수술을 한 동네 어른들도 잘 걸어 다니는데 굳이 서울에서 할 필요가 있냐며 사양한다.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그동안 전적으로 간호를 도맡아 한 넷째 처제가 고향까지 모셔드린다고 하니 맏사위로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오월 연휴에 찾아뵙는 것으로 의무를 다할까 하는데,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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