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재활용 분리 배출 어려워요.

말까시 2017. 2. 22. 10:47

출근하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쓰레기 더미를 한 아름 안겨준 아내는 “분리수거함에 던지기만 하면 되니까 군말 말고 버리고 가” 하는 것이 아닌가. 가슴에 않은 재활용 쓰레기는 눈앞을 가려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승강기에 와서도 버튼을 누르기 위해 내려놓아야 했다. 승강기 안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다. 마대자루에 종류별로 투척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빤질거리며 학습하지 않은 결과였다. 세상사 쉬운 것 하나 없다.

 

재활용 분리 배출을 월, 수, 토 이렇게 한다. 일주일에 세 번이나 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거할 재활용 쓰레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 집 역시 현관문 앞에는 쓰레기가 산더미다처럼 쌓여 있다. 가장 많은 것이 박스이다. 택배로 받은 상품 포장 박스 말이다. 달랑 네 식구 사는데 웬 쓰레기가 이렇게 많단 말인가. 큰놈 작은 놈이 주문하는 택배 상품이 주류를 이룬다. 쇼핑 중독이 아니고선 이럴 순 없다. 자금줄을 끊어야 하는데 아내가 만들어준 카드가 문제인 것이다.

 

물건을 사는 것은 그렇다 치고 쓰레기가 쌓이면 좀 버리면 안 되나. 백수인 주제에 공부한답시고 집안 살림에는 손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사실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억지로 해야만 하는 공부이기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해주는 밥 먹고 오직 공부에만 올인하는 두 놈들 무엇이 그리 필요한 것이 많기에 택배가 끊이질 않는 것인가. 공부에 지쳐 쌓인 스트레스를 택배로 푸는 것 아닐까. 집 밥은 맛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아이들은 배달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것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무시 못 한다. 무엇인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 하지만 아내는 내버려 두라 한다.

 

아이들 뒷바라지며 쓰레기 버리는 것, 먹을 것, 입을 것, 준비를 아내가 도맡아 해왔다. 일찍 퇴근하는 날 전기밥솥에 밥하는 것은 나도 해왔다. 반찬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다. 나이 먹어 가면서 살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지고 귀 동냥을 해서 김치 담는 것과 찌개 끓이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학습한 덕에 총각김치를 비롯하여 열무, 얼갈이김치 고들빼기김치까지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맛있다고 달려들진 않지만 먹고사는 데 있어서 모자람은 없다. 가끔 특식도 해서 상에 내놓으면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한다. 칭찬에 인색한 아내도 “음 괜찮은데” 하면서 자주 실력 발휘를 하라 한다. 그러고서는 훈계를 늘어놓는다.

 

“당신은 음식 하는 것은 좋은데 뒤처리가 문제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소금 안 보이나요. 흥건히 고여 있는 물을 밟아 미끄러지면 어쩌려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입니까. 음식물 쓰레기가 잔뜩 쌓여 물이 내려가지 않는 거 안 보입니까. 칼을 썼으면 칼꽂이에 꽂아 놓아야지 누구한테 치우라는 겁니까. 찌개를 끓였으면 마무리까지 해야지. 국물이 튀어 눌어붙은 것 내버려 두는 이유가 뭡니까. 나는 당신 뒤치다꺼리만 하는 청소부란 말입니까. 나를 종처럼 부려먹는 우리 집사람들은 제정신 맞는 것입니까. 그렇게 어질러 놓고 치우지 않으려면 음식 하지 마세요. 그리고 집안 청소하는 방법과 쓰레기 분리 배출하는 것을 마스터하고 나서 음식 하십시오. 쓰레기 배출 잘 못하다가는 감시하는 노인들한테 면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은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제대로 배우십시오. 알겠습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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