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매에 입성하면 TV는 몇 인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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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브라질 리우 올림픽 경기를 보느라 낮에는 늘 피곤하다. 오늘 새벽에 한국과 멕시코가 8강 진출을 놓고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거의 밀리는 경기를 하다가 후반 권창훈의 왼발 슛이 골로 연결되어 어렵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조 1위로 등극한 한국은 오는 14일 온두라스와 4강 진출을 놓고 진검승부를 겨루어야 한다. 승승장구하여 결승까지 가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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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타잔과 레슬링을 보기 위해서 이웃집을 전전해야만 했다. 동네에 한두 대 밖에 없는 흑백텔레비전을 보기 위해서는 피나는 쟁탈전을 벌여야 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구걸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니다. 선배들이 먼저 들어가 잘리기라도 하면 다른 집을 두드려야 했다. 이웃 동네 점방에서는 10원씩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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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왜 텔레비전이 없을까. 우리가 그렇게 가난하단 말인가. 언제까지 부잣집 아이들에게 굽실거려야만 하는가. 점점 TV 수상기가 늘어만 갔다. 높이 솟아 오른 안테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몰려다니는 아이들이 줄어 난중에 혼자만 남지 않을까 겁이 덜컹 났다. 우리 집보다 그렇게 나아보지도 않은 친구 집에 텔레비전이 들어갈 때면 여간 약이 오르는 것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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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문명의 이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직 라디오만을 들으며 만족했다. 자식들이 남의 집에서 기웃거리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아버지를 어떻게 하면 설득할 수 있을까. 형과 누나는 적극적이지 못 했다. 몇 날 며칠을 들들 볶았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보면 밥이 나오나. 고기가 나오나"라며 묵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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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버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술이 잔뜩 취해 들어오셨다. “아버지! 남들 다 있는 TV 왜 안 사는 겁니까.” 간곡한 나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대구를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주장하자 “네가 사볼 태면 사봐라 이놈아”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수중에 십 원 한 장 없는데 어떻게 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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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저질러야 했다.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달려갔다. 전파사가 보였다. 가게 안에는 텔레비전이 진열되어 있었다. 다리가 달린 미닫이 17인치 금성 텔레비전이 눈앞에 들어왔다. 주인아저씨가 다가왔다. “아버지가 이 텔레비전 가져오랍니다.” 미심쩍은 듯 갸우뚱하던 사장님은 주소를 물어보곤 배달해준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텔레비전이 우리 집 안방을 차지하게 되었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뒤뜰에 흑백 TV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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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로 나와 결혼하고 21인치 칼라를 장만하여 보다가 32인치로 교체 후 십 년이 되자마자 전원이 나가 버렸다. 다시 32인치 LED를 구매하여 보고 있는데 스포츠 경기를 보기에는 왠지 작다는 느낌이다. 갈매에 입성하면 대형 TV를 구매할 예정이다. 어느 것이 좋을까 조사를 해본 결과 55, 60, 65가 가장 선호하는 크기로 나왔다. 가족 의견을 모아서 65인치 벽걸이형으로 결정했다. 2018년도에 개최되는 러시아 월드컵 축구는 역사 문화도시 갈매에서 극장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