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구라파 전쟁

말까시 2015. 8. 7. 14:56

 

◇ 구라파전쟁

▲ 어제 먹은 생선회

냉방기를 틀어도 덥다. 내일이 입추, 이제 수그러들 만도 한데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것 같다. 매미 소리도 절정에 올랐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아스팔트는 복사열을 받아 되받아 친다. 차량의 꽁무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또한 도심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탈출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자! 떠나자! 더위를 피해서’ 올 여름 휴가 역시 다음 주면 끝나지 않을까 싶다.

요 며칠 변비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껏 변비란 걸 모르고 살았는데 웬일인지 모르겠다. 먹는 즐거움만큼이나 배설의 기쁨 또한 복 중에 복이다. 사실 휴가를 가기 위해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아침저녁으로 팔굽혀펴기한다. 초콜릿 복근을 만들기 위한 운동은 절대 아니다. 저녁에 반주로 마시는 술도 끊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장운동이 시원찮은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주당의 반열에 오른 지 꽤 됐다. 별다른 노력 없이 친구 중에 당 서열 일번이 되었다. 올림픽 국가대표라 해도 서운해할 아버지의 주량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아버지는 주사가 보통이 아니다. 아버지가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공습경보가 발령된다. 가족 모두 피신을 해야 했다. 겨울철 한데서 아버지가 주무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절대 아버지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다짐을 했건만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술좌석이 잦아지다 보니 주량이 늘어나는 것은 일순간이었다.

술 마신 다음 날은 초주검이다. 아침을 먹기도 전에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한다.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배설의 기쁨이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다. 배꼽 사랑보다 더하다 해도 무어라 할 사람 없다.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짬뽕하면 다음 날 아침 구라파전쟁은 선전포고도 없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차고 냉한 음식에 약하다고 한다. 소주로 따뜻하게 데워놓은 속에 차가운 맥주가 들어가니 뒤집힐 수밖에 없다. 바짓가랑이를 내리자마자 줄줄 새니 변비로 고생할 일이 없는 것이다.

원인은 바로 술이다. 약을 먹을 것이 아니라 소맥을 먹어야 했다. 드르륵 진동이 온다. “청약예금 해약해서 빨리 입금하라”는 아내의 명령이다. ‘푸르지오’가 당첨되고 바로 해약한다는 것이 미루고 미루다 보니 아내의 독촉을 받은 것이다. 여기저기 돈을 긁어모아 2차 계약금을 내야 한다는 아내는 돈독이 올라도 잔뜩 올랐다.

거금 6백을 입금하고 카톡을 날렸다. ‘오늘 저녁 가족 회식을 하면 어떨까?’ 의중을 물어보니 좋다고 한다. 비용도 부담한다고 하니 기쁘지 아니할 수 없다. 날씨도 덥고 해서 생선회를 먹었다. 소주 한 병을 혼자 다 마셨다.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다. 집에 와서 먹다 남은 맥주를 톨톨 털어 마셨다. 다음날 아침 구라파전쟁이 일어나야 하는데 반응이 없다. 맥주가 약했는가 보다. 다음 주부터 휴가다. 산속 깊숙이 들어가서 계곡물을 뒤집어 써가며 말술을 마셔야 할 것 같다. 뻥 뚫리는 그 날까지 마시고 또 마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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