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돼지고기 야채 볶음

말까시 2015. 6. 24. 11:34

 

 

◇ 돼지고기 야채 볶음

여름이 다 되어 가는데 작년 가을에 담근 김장김치가 끼니때마다 올라온다. 냉장고에서 꺼낸 뚜껑 반찬들은 수많은 젓갈 질에 흐물흐물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반찬이라고 집어 든 것이 조미 김이다. 맛소금이 잔뜩 묻어 있는 김도 둘둘 말아 입 안에 넣고 씹어보니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다. 건강을 위해서는 천연식품을 먹어야 하는데, 반찬가게를 기웃거리는 마나님은 손수 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찌개용 돼지고기가 랩에 쌓여 꽝꽝 얼어 있었다. 그대로 요리하기에는 무리였다. 전자레인지에 녹일까 하다가 냉수에 담가놓았다. 베란다 부식창고를 열어보니 마늘, 양파, 대파가 있었다. 마늘과 양파는 장모님이 보내준 것이다. 크지는 않지만, 손수 농사지은 것이라 맛이 좋다. 마늘을 까서 으깨고 양파는 껍질을 벗겨 칼질했다. 마늘의 매운맛과 양파의 아린맛이 눈물을 나게 했다.

물에 담가놓은 돼지고기가 흐물흐물해진 것을 보니 얼쯤 녹은 것 같았다. 프라이팬을 강한 불로 달구었다. 뜨거운 열기가 코끝에 전달됐다. 돼지고기를 넣자마자 찌직 소리를 내며 지방을 분출했다. 돼지기름이 바닥에 흥건하게 고였다. 일단 고기를 꺼내어 얇게 썰었다. 다진 마늘과 고기를 넣고 다시 한 번 볶았다. 마늘 향이 진하게 났다. 노릇노릇 익어갈 즈음, 죽염을 넣고 후추를 뿌렸다. 이렇게 해서 고기는 다 익은 것이다.

아주 센 불로 기름의 온도를 높인 다음 양배추를 넣고 볶았다. 양배추는 섬유질이 단단하여 쉽게 익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을 때 부드러운 양파를 넣고 함께 볶았다. 채소 특유의 향과 물이 빠져나오면서 돼지기름과 잘 어우러져 구수한 맛을 냈다. 고춧가루를 뿌리고 고추장을 넣어 색감을 연출했다. 미리 볶아놓은 돼지고기를 넣고 뒤집기를 반복한 끝에 《돼지고기 야채볶음》이 완성되었다.

아내는 밑반찬을 꺼내 상차림을 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하얀 쌀로 밥을 지어 대령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은 윤기가 자르르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다. 야채볶음에 대파를 얹어 살짝 열을 가하고 깨소금을 뿌려 멋을 냈다. 커다란 접시에 담아 내 상에 올려보니 비주얼이 장난이 아니다. 눈이 동그라져 나온 아이들은 이것이 무슨 음식이냐며 입맛을 다셨다. 고기보다 야채가 더 많은 것이 흠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역시 특별음식은 아빠가 전문이야”라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저녁상을 물리고 과일접시가 나왔다. 참외였다. 요즘 참외가 길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노점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참외는 옆에만 가도 단내가 난다. 디저트로 참외는 시원함과 달콤함이 전해져 금상첨화다. 설거지를 마치고 슬그머니 다가온 아내는 “내일은 어떤 음식으로 식탁을 즐겁게 할 것이야”냐고 한마디 한다. “염치도 미제지 자기가 할 일을 왜 나한테 미루는 거야” 더욱 가까이 밀착하고는 “난 바쁘잖아 집에 와서 청소하고 굴러다니는 옷가지 주어 빨래하고 나면 금방 오밤중이야 자기가 잘하는 음식, 아이들도 좋아하잖아” 애고나,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방 일 도맡아 할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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