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

푸지 아빠 돈벌었다.

말까시 2015. 7. 27. 16:00

 

비오는 휴일 아주 바쁜 일과를 보낸 푸지오 사모님과 푸지 아빠

며칠 동안 내린 장맛비 덕에 움직임이 덜했다. 궂은 날이면 어김없이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오랜 풍습이다. 비가 오면 딱히 할 일이 없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탁배기를 마시며 수다를 떨곤 한다. 오늘은 모처럼 빗방울이 보이지 않는다. 곳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람도 불어주어 시원하다. 푸르지오 현장에도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지 싶다.

어제 푸르지오 현장을 순찰하고 집에 도착해보니 부추전을 붙여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나머지 ‘푸지오 사모님’이란 별명을 지어 주었다. 나쁘지 않다고 한다. 한잔 마시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대낮부터 술 마시는 모습이 좋지 않을 것 같아 참았다. 고소한 맛에 이끌리어 먹다보니 배가 볼록했다. 아이들은 피자에 길들어서인지 금세 젓가락을 놓고 말았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미소를 지며 달려드는 딸내미가 “에어컨이 냉기가 신통치 않다.”며 손볼 것을 주문했다. 사실 필터는 자주 청소했지만, 분해소지는 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먼지가 끼고 곰팡이가 썰어 효율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전문 업체에 물어보니 6만 원을 달라 한다. 거금이다. 귀찮아도 내가 한번 해볼까 하고 아내에게 타진했지만 구차하게 살지 말란다.

못할 것이 없다. 인터넷을 뒤져 분해소지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아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괜히 하다가 고장 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린다. “푸지오 사모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깔끔하게 청소하겠나이다.” 큰소리로 자신감을 피력했다. “푸지 아빠 맘대로 하십시오.” 아내는 한술 더 떠 나에게 ‘푸지 아빠’란 별명을 지어 주었다.

일단 전원을 내리고 연장을 준비 했다. 연장이라야 드라이버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나사를 풀고 거미줄처럼 연결된 전선을 떼어냈다. 케이스가 벗겨지고 냉각핀이 보였다. 새카맣게 먼지가 끼어 있었다. 원형 팬 역시 오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나사를 풀어 팬을 분리했다. 강력한 세제로 세척하고 나니 흰색으로 변했다. 냉각핀은 세제를 뿌리고 브러시로 훑어 이물질을 제거했다. 분해의 역방향으로 조립하여 완성하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대성공이다. “야들아! 푸지 아빠가 돈벌었다. 업자들도 하기 힘든 분해소지를 혼자 하다니 대단하지 않니”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피로가 밀려왔다. 냉기가 빵빵하게 쏟아지는 에어컨 아래서 꿀맛 같은 잠을 잤다. 푸르지오 위를 훨훨 나르는 꿈을 꾸었다. 이제 꿈속에서도 푸르지오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메리스보다 더 독한 놈이 푸르지오가 아닌가 싶다. 단잠을 자고 막 일어나는 순간, 배시시 웃으며 다가오는 아내가 “이 참에 세탁기도 분해한번 해보시지요" 한다. “아예 우리 집에 만물상을 차립시다.” 단칼에 거절했다. 세탁기는 자신이 없다. 당분간 보류, 공부를 더 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비가 오는 주말 푸지 아빠는 무척 바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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