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어버이날 전야 짱깨 먹기로 했다.

말까시 2015. 5. 7. 11:34

 

◇ 어버이날 전야 짱깨 먹기로 했다.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는 꼬박 카네이션을 달아 주곤 했다. 색종이로 만든 꽃을 받기도 했다. 학교에서 가르침을 주었기 때문에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중학교에 들어가고부터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어버이날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껴야할 시점에 오히려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어린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인도 아닌 어정쩡한 시기가 중고등학교 시절이다. 사춘기, 이시기에 부모의 품에서 떨어져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기념일에 둔감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고향을 떠난 지 어언 삼십 여년이 흘렀다. 바쁘게 살다보니 부모생신에도 찾아뵙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자식 된 도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성의 부족이다. 번번히 피치 못할 사정을 열거 하지만 핑계에 불과 하다.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서운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모님들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똑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가끔 안부전화로 소임을 다했다고 치부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번 주말에 많은 분들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여의치 않아 행사를 치룰 수 없는 분들은 정성을 모아 보낼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효도인가는 삶을 살아가며 터득 했을 것이다. 어른들이야 옷도 좋고 먹을 것도 좋지만 현찰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선물은 맘에 들지 않아도 싫은 내색을 할 수 없다. 특히 맘에 들지 않는 옷은 장롱 속으로 직행하는 순간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한다. 뜻 깊은 날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이다.

시골에 어머니가 힘들게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여 밥을 해먹는 것조차 힘에 부치다. 가래가 섞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글썽인다.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금방 숨넘어갈 것 같이 기침하는 엄마는 상기되고 목에 핏대가 서있다. 잠시 멈춘틈을 타서 아이고, 아이고를 연발 한다. 지켜보는 자식들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의술이 발달했다 한들 노환은 막을 수가 없는 것 같다. 머지않아 요양원으로 모실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찹찹하다.

장인장모역시 칠순노인들로 농사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쉬엄쉬엄 하라 해도 막무가내다. 덕분에 시골에서 공수해오는 각종 먹거리들로 우리 집 냉장고는 늘 만원이다. 고맙고 감사하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다행히 처남이 가까이 있어 걱정이 덜하다.

이번 주말에 찾아뵙고 문안인사를 올려야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것인데, 거리도 있고 핑계 없는 핑계로 못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서 서운함을 느껴 그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 마음을 달래주지 못하는 나는 속이 쓰리고 아프다.

카네이션과 용돈을 보내는 것으로 금년 어버날의 의미를 대신 하기로 했다. 오늘 저녁에 안부전화를 올려 미안함과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전할 것이다. 그동안 무의미하게 넘어갔던 아이들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작은 놈 큰놈이 반반 갹출하여 중국음식을 사준다 하니 퇴근길이 가볍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버이날을 맞이하면서 부모이며 자식인 우리들의 역할이 쉬운 것 같으면서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뼈와 껍데기뿐인 통닭  (0) 2015.08.01
뚜껑 반찬  (0) 2015.07.28
아메리카노에 소금을 타보자.  (0) 2015.05.01
끊을 수 없는 술이라면 즐겨마시자.  (0) 2015.04.24
염치도 미제다.  (0) 201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