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나보다 먼저 간 유능한 일꾼들

말까시 2014. 10. 30. 11:28

 


◇ 나보다 먼저 간 유능한 일꾼들  

 

찬바람이 불면서 부고장이 날아들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새로울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두려울 것도 없다. 건강하게 살다가 밤새 안녕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고로 비명횡사하는 사람도 많다. 천수를 누리다 조용히 하직하면 얼마나 좋을까. 산업화로 도시가 발달하고 먹을 것이 풍부해졌지만 병마와 싸우는 사람 또한 많다. 의술이 발달했다고 하나 병원마다 환자가 그득하니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A는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즉사 했다. 함께 근무 했던 직장 동료다. 나이는 사십대 중반으로 촉망 받는 직원이었다. 성격도 좋아 함께 근무하는 동안 다툼 없이 사업을 완수 했다. 술을 좋아해서 퇴근 후 한잔 하는 것을 무척 좋아 했다. 그는 아이들과 아내가 외국에 나가 있어 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족구 하다가 다리가 골절되어 한 달 이상을 고생하기도 했다. 걱정할까봐 가족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혼자 감당했다.

 

다리도 다 낳았고 아이들과 아내도 돌아왔다. 이제 가족이 합쳤으니 오순도순 즐겁게 살일만이 남았다. 아이들도 공부를 잘해서 부러움을 샀다. 아내 역시 복직을 해서 가정경제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근무지가 변경되어 떨어져 있었지만 가끔 만나 술 한 잔씩 나누는 각별한 사이였다. 나이 차는 있지만 주량도 비슷하고 코드 역시 착착 맞아 술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추석명절이 돌아왔다. 고향에 가면 반가운 사람들이 넘쳐 난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친지, 친구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인사를 하고는 집을 나서는 것이 남자들의 습성이다. 친구들을 만나 거하게 한잔하며 명절을 즐긴다. 얼마나 반갑겠는가.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마시는 술은 취하지도 않는다. 밤새 마시다 보면 수 없이 많은 술병을 쓰러트린다. 그날 귀가 중 앞에 서있는 트럭을 들이받는 바람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B는 다섯 살이 만치만 입사동기이다. 태백광산에서 화약기사로 일하다가 상경했다. 오갈대가 없어 잠시 자취방에서 함께 기거하기도 했다. 머리가 비상했다. 자격증도 많았다. 흠이라면 술을 너무 좋아 하는 것이 탈이다. 폭음을 서슴지 않는 B는 결근하는 횟수도 잦았다. 술에 중독되어 일 년 휴직계를 내고 치료도 했었다. 하지만 술을 멀리 할 순 없었다. 술병이 나서 병원에 실려가 회복하지 못하고 운명하고 말았다.  

 

C는 직장 상사다. 나보다 두 살 아래인데 술 한 잔에 얼굴이 벌게지는 비주류다. 담배는 골초다. 키는 작지만 체격은 다부지다. 불의를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는 다혈질의 성격소유자다. 연극대본을 쓸 정도로 문학에 조회가 깊어 존경했었다. 사내연극발표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일 년을 같이 근무하다가 다른 부서로 옮기는 바람에 소식을 모르고 살았었다. 비보가 날아들었다. 췌장암으로 1개월 정도 투병생활을 하다가 그만 이승을 등지고 말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젊은 사람들의 죽음에 문상을 가면 눈물이 나와 감당하기 어렵다. 그 가족을 볼 때면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못하고 나온다. 그들의 죽음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내 몸 돌보지 않고 혹사 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들이다. 젊음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다. 눈 사이 주름이 보이지 않는가. 과욕은 금물이다. 이제 나를 돌보는 시간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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