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찝찝한 노펜티의 하루

말까시 2014. 10. 28. 18:06

 


◇ 노팬티의 하루  

 

안주와 술의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음날 아침 장의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체질에 따라 음식을 소화하는 능력 또한 다르다. 우리 조상은 오랫동안 채식위주의 식사를 했기 때문에 기름진 음식이 장에 들어오면 구라파전쟁을 일으킨다. 우유 역시 빈속에 마시면 바로 화장실로 직행한다. 술과 안주는 바늘과 실이다. 대부분 과음한 다음날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안주는 육류로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혹사를 당하는 장기는 아우성을 친다. 미처 소화하지 못한 음식은 부패하여 가스를 유발한다. 독소를 빨리 배출하지 않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 장은 몸에 있는 수분을 흡수하여 변을 묽게 만들어 내보내려고 한다. 이것이 설사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가 천근만근이다. 갈증이 났다. 냉장고 문을 열어 냉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화장실에 들어가 물을 뒤집어쓰고 나니 개운했다. 하지만 속은 더부룩하고 편치 않았다. 얼큰한 국물로 해장을 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아내를 깨울 순 없었다. 사과 한조각과 삶은 고구마를 우겨넣고 집을 나섰다.  

 

나의 애마는 힘이 부치는지 달리지 못했다. 발에서 전해지는 동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변변치 않은 식사로 아침을 대신했으니 힘이 날 리가 없다. 얼마가지 않아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음식들이 독소를 만들어 자극한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군과 적군의 싸움은 치열했다. 싸움과 싸움에서 발생한 독가스는 괄약근을 비집고 나오려 했다. 잘못 조절하여 열었다가는 쏟아지는 오물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빨리 화장실로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자니 쏟아질 것만 같고 천천히 가자니 화장실이 멀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가면 갈수록 전쟁은 치열했고, 독가스는 계속하여 항문을 자극했다.  

 

생지옥이 아닐 수 없었다. 배가 아프고 똥꼬는 터질 것만 같고. 아! 어쩌란 말인가. 하천 풀숲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키가 작아 무용지물, 그렇다고 하수구로 들어갈 순 없었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한 단말인가.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이 혼미했다. 흘리는 한이 있어도 페달을 힘차게 밟아야 했다.  

 

저만치 화장실이 보였다. 제방위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순간 굳게 닫혀 있던 빗장이 풀리면서 오물이 새고 말았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찝찝함, 항문은 오물범벅이 되어 나를 슬프게 했다. 여분의 팬티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이일을 어찌 한단 말인가. 엉거주춤한 채로 화장실에 다다랐다.  

 

전광석화처럼 바지를 내리자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흐~흐! 안도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배설의 기쁨을 무엇과 비교할까. 윗집 고추가 느끼는 쾌감에 비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대장과 소장에 있는 마지막 오물까지 배설하고자 죽다 살아났다. 좁은 공간에서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오물이 번진 팬티는 다시 입을 수가 없었다. 버렸다. 그날 하루 노팬티로 근무를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