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시를 먹기 위해선 부지런해야 한다.
가을대표적인 과일 중에 감이란 것이 있다. 감나무는 시골뒷마당에 한두 구루씩 자라고 있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어김없이 매달린 홍시는 가을풍경을 아름답게 한다. 홍시는 보관하기 까다롭고 운반하기가 쉽지 않아 곶감을 만들었다. 곶감은 겨우내 두고두고 먹어도 변질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달콤함이 두 배가 되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과자가 흔치 않았던 시절, 겨울에 달콤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곶감만한 것이 없다. 감은 소싯적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다.
홍시가 되기 전에 벌레가 먹은 것들은 저절로 떨어진다. 반쯤 익어 떨어진 감을 주워 먹기 위해선 새벽잠이 없어야 한다. 부지런한 아이들이 동트기전에 일어나 감을 주워가기 때문이다. 울타리를 비집고 들어와 주워가기도 했다. 늦게나마 일어난 아이들은 뒷밭에 가야만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아이들은 감이 없어질 때까지 새벽잠을 멀리하고 주우러 다녔다.
감나무는 크기가 대단하다. 워낙 튼튼하고 가지가 많아 아이들이 올라가 놀았다. 가장 튼튼한 가지에 그네를 만들어 타기도 했다. 수십 년 동안 자란 감나무는 올라가지 않고서는 감을 딸 수가 없다. 감나무에 올라가도 손에 닿는 것은 몇 개 안된다. 대나무 장대 끝에 그물망을 매달아 홍시를 땄고, 곶감용 감은 장대 끝을 쪼개 벌어진 틈사이로 가지를 밀어 넣고 비틀어 떨어트렸다.
홍시는 옹기에 넣어 보관 했다. 곶감을 만들고 남은 감은 꼭지 부근에 구멍을 내고 소금물에 담가 아랫목에 하루저녁 재우면 떫은맛이 없어진다. 홍시보다는 당도가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감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변비로 고생한다. 예전에 서울에서 온 아이들이 홍시를 너무 많이 먹어 수저로 변을 파내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꼭지가 있던 하얀 부분을 제거하면 변비로 고생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옳은 정보인지는 확실치 않다.
감나무가 유난히 많은 마을을 외가로 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말린 감 껍데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먹곤 했다. 한 조각 얻어 맛을 보니 제법 달콤하고 맛이 좋았다. 홍시는 읍내에 내다 팔기가 쉽지가 않아 대부분 곶감을 만들어 보관 했다. 먹다 남은 것은 장에 내다 팔아 돈을 만들었다. 시골에서 돈을 만들기 위해선 곡식이나 과일 야채를 파는 수밖에 없다.
감을 갈아 만든 물에 무명을 담가 염색을 하면 색감이 좋다. 감물이 들면 지워지지 않는 성질을 이용 한 것이다. 어렸을 때 덜 익은 감을 먹다가 소매에 물이 들어 엄마한테 혼난 적이 있다. 감염색은 따뜻한 색감이 좋아 전통 옷을 물들이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일전에 하동의 평사리 박경리 문학관을 간적이 있다. 가는 길목에 감물을 들인 모자가 있어 채양이 넓은 모자를 구입했다. 이렇게 감은 염색에서부터 홍시, 곶감, 식초 등으로 변신하여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단감은 생산량이 많아 마트에 가면 언제든지 살 수 있다. 비타민A가 풍부한 감은 피부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가을이 되면 우리 집 냉장고한자리를 톡톡히 차지하는 것이 단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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