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까시의 추억

감자

말까시 2014. 5. 30. 15:13

 

 

◇ 가난의 상징 감자

 

선거 분위기가 착 갈아 앉았다. 과거에는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선거송이 울려 퍼져 귀를 따갑게 했었다. 율동도 없어졌다. 고개를 숙이며 한 표 부탁하는 것이 전부다. 후보를 알리는 현수막만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선거 유세에 뛰어 들다보니 지하철 입구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질서정연하다. 세월호 여파가 만들어낸 풍속인 것이다. 조용한 선거풍토가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감자가 나타났다. 햇감자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 집에도 박스째 구입하여 매끼니 반찬으로 올라온다. 채 썰어 기름을 두르고 볶아 내는 것만으로도 맛을 내는 감자는 푸성귀로 질린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밥솥에 넣고 푹 찌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다이어트에도 좋은 감자는 점심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쌀이 귀한 시절 보리가 나오기까지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구황작물로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씨감자는 토굴에 보관한다. 집집마다 마루 밑에 토굴이 있다. 토굴은 고구마를 비롯하여 호박, 무, 배추 등 식재료가 가득한 식량창고나 다름이 없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여 식재료를 보관하기 안성맞춤이다. 봄이 오면 씨감자를 쪼개어 재를 묻혀 심는다. 싹이 트면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잘 자란다. 병충해도 강해 농약을 치지 않아도 된다. 가뭄이 들어도 조석으로 물만 뿌려주면 주렁주렁 잘도 열린다.

 

감자를 보관하다 보면 썩은 것들이 있다. 가려내야 한다. 그렇다고 버리는 것이 아니다. 커다란 고무다라에 썩은감자를 넣고 물을 부어 방치해놓으면 부패가 시작된다. 냄새가 고약하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녹말이 빠지고 껍데기가 물위에 뜬다. 껍데기를 걸러 내고 가라앉은 녹말을 몇날 며칠 물에 담갔다가 갈아주기를 반복하면 가루를 얻을 수 있다. 송편처럼 만들어 밥할 때 위에 얹어 찌어 내면 쫄깃하고 맛있다. 간식거리로 이만한 것이 없다. 녹말가루는 당면의 원료이기도 하다.

 

감자국을 아시나이까. 겨우내 김치국과 된장국으로 물린 입맛을 되돌리는데 얼큰한 감자국이면 바로 해결된다. 껍질을 벗기어 둥글게 썰어 물에 담아 녹말을 빼준다. 냄비에 고추장을 풀고 마늘과 생강을 다져 넣는다. 멸치를 가루 내어 첨가 한다. 감자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대파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이면 얼큰한 감자국이 완성된다. 매운 고추장이 미각을 자극하여 식욕이 왕성해진다. 아이들도 얼큰한 맛에 취해 땀을 뻘뻘 흘리며 밥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곱창과 감자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곱창을 구을 때 나온 기름이 감자의 표면을 감싸 바삭하게 익혀준다. 양파와 감자는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찰떡궁합이다.

 

소 곱창은 가격이 비싸 자주 먹기에는 부담이 크다. 고소한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먹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생각만으로 접을 수밖에 없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주물 불판을 구입했다. 무게가 상당하다. 곱창역시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이번 주말 온가족이 둘러 앉아 곱창파티를 열 예정이다. 곱창파티가 끝나면 박스째 구입한 감자는 바닥나고 말 것이다. 김동인의 소설제목이기도 한 감자는 가난한 시절 고구마가 나오기전까지 간식거리로 각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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