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또 한분이 가셨다.

말까시 2014. 4. 9. 10:50

 

 

◇ 또 한분이 가셨다.

 

분명 안개가 아니다. 그럼 연무일까. 먼지일까.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암흑이다.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 무시무시한 먼지를 들여 마셔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해도 소용없다. 초 미세먼지는 섬유 올을 뚫고 폐 속 깊숙이 파고들어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나쁜 먼지는 왜 자꾸 세상을 더럽히고 있을까. 먼지를 뚫고 문상을 다녀와야 한다. 또 한사람이 운명을 달리 했다. 나를 아는 젊은 지인들이 자꾸만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기고 있다. 가는 길을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슬프다.

 

의술이 발달하고 먹을 것이 풍부하여 백수를 누린다는 현세,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을까. 병문안을 가보면 거대한 병원건물에 압도당한다. 그 많은 병실에 환자들이 가득하다. 누가 그들을 병원으로 인도 했을까. 가고 싶어 간사람 한명도 없을 것이다. 조금만 아파도 조급증에 시달리다 보니 병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병원문턱을 넘는 순간 각종 검사를 받다가 지친다. 검사결과를 보고 설명하는 의사는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 장담 못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암이란 악마가 내 몸속에 들어와 기생하고 있다면 얼마나 놀랄 것인가. 우리몸속에는 암세포가 잠복하여 호시탐탐 생명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주기적인 검사를 통하여 초기에 일망타진해야 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의학정보에 현혹되어 병원으로 달려가면 멀쩡한 사람도 환자가 되는 것은 일순간이다. 조기검진, 종합검진 등 각종 검진상품이 무차별 노출되고 있다. 당장 이상이 없어도 병원으로 달려가야 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착각에 과잉진료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건강하면 자신 있어 했던 단단하기로 소문난 지인은 6개월여 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쉰한 살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운명을 달리 했다. 수술도 할 수 없다 하여 항암치료와 민간요법을 병행 했다. 치료자체가 부질없는 것으로 결국 돈만 의사한테 바치고 말았던 것이다. 치료 하는 내내 독한 항암제의 후유증으로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체중이 반으로 줄어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불치병 암, 조기검진 해서 치료하면 완쾌 할 수 있다고 떠들어 대는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인가.

그분은 불의를 그대로 넘기지 않는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다. 술 한 잔 하면 얼굴이 벌겋게 변해 주당의 반열에서 일직이 탈락했다. 담배는 마누라처럼 끼고 산다.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다 보니 주변사람들과 다툼이 잦다. 일에 있어서도 완벽주의자와 가깝다. 사사건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늘 곁에 있었다. 풀어야 할 스트레스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었으니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천명에 이르러 무엇을 더 바래겠는가. 있는 것 아껴 쓰고 조금 떼어 나누어 살면 그것이 진정 참삶이 아닐까. 그 놈의 욕심 때문에 그놈의 욕망이 넘쳐나서 쌓이고 쌓인 독소가 내 몸을 망치고 가족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준다. 젊은 나이에 가셨으니 가족은 평생 어둡게 살 수밖에 없다. 건강, 어찌해야 치길 수 있다는 것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강을 지키자니 맛없는 밥을 먹어야 하고 힘든 운동을 해야 하니 실천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관리 하지 않으면 병마는 나를 괴롭혀 언제 주소를 옮겨야 할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