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얘기

자식된 도리가 비교되는 추석명절

말까시 2013. 9. 13. 16:13

 

 

◊◇ 자식 된 도리가 비교되는 추석명절

 

“올 추석이 낼 모랜데 어떻게 할 거야”

 

눈과 눈 사이에 내천자를 깊게 새겨 넣고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서며 단단히 각오를 한 듯 아내는 입에 힘을 주고 말했다.

 

“뭘 어떻게 해, 늘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냐”

 

별 표정 없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잠시 후 쌍 눈을 키고 째려보더니만 내 오른쪽 어깨를 잡아 돌려놓고는 눈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아내의 눈은 소처럼 수정체가 무척이나 크다. 내 눈의 두 배는 된다. 눈이 커서 겁은 많지만 불의를 볼 때면 성깔이 대단하다. 눈에서 눈물이 나고 따가워 고개를 돌렸다. “왜 돌려” 하면서 안방으로 가려는 나를 붙잡아 놓고 시비를 걸었다. “왜이래” 하고 손을 뿌리쳤다. 무엇인가 다짐을 단단히 받고 싶은 것이 역력했다.

 

“저번에 벌초하러 갈 때 내가 가주면 이번 추석에 곧바로 친정으로 간다고 했던 것 지금도 변함없는 거지”

 

“당근이지. 남자가 한입으로 두말하겠나. 별걸 다 걱정하고 있어. 얼른 밥이나 차려 배고파 죽겠다.”

 

“진짜야. 호호호!!! 고마워”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돌더니만 미간에 그려졌던 내천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희희낙락 주방으로 가더니만 도마 위에 마늘을 올려놓고 내리찧었다. 그 소리가 무척이나 경쾌했다. 밥솥에서는 밥이 다 되었는지 맹렬하게 김이 빠져 나오고 있었다. 전골냄비에서는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끌어 구수한 냄새를 집안구석구석에 실어 나르고 있었다. 아들놈이 배가 고픈지 상차림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듯 주방과 거실을 왔다 갔다 했다. 피곤이 밀려온다며 침대에 드러누운 딸내미는 밥 생각이 없는지 인기척이 없다.

 

추석이 다음 주다. 시골에 모친이 혼자계시지만 제사만큼은 오래전에 서울 형님 댁으로 모셔왔다. 늘 일찍이 차례를 지내고 고향을 다녀왔다. 처가는 연휴가 길면 가고 그렇지 않으면 생략했다. 명절에 처가를 다녀오려면 엄청난 시간을 길바닥에서 허덕여야 한다. 대한민국을 종단으로 가로질러 남쪽 바닷가에까지 가야하니 그 시간이 눈이라도 오면 2박3일이 걸린다. 여름휴가 때 아니면 가지 않았었다. 일직이 달력을 꼼꼼하게 들여다본 아내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다녀오리라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는 친정에 간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지 싱글벙글 이다. 날씬한 모습으로 부모님과 이웃과 친구들을 볼 생각에 저녁마다 하천에 운동하러 나간다. 샤워를 하고는 저울에 올라가 눈금을 보고는 살이 빠졌다며 보라한다. 오랜만에 처가에 가서 두루두루 베풀고 오려고 용돈도 두둑이 준비해놓았다. 나이가 먹을수록 챙겨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다. 하나라도 소홀히 했다가는 괜한 오해로 서먹한 경우가 발생한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해야 할 도리를 줄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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